남북당국회담이 오는 12일 1박2일간 서울에서 개최됩니다. 판문점 우리측 평화의 집에서 진행된 남북당국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에서 양측은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습니다.

이번 실무접촉에서 남측은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을 수석대표로 내세웠고 북측은 김성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여성 부장을 내세워, ‘남남북녀’ 회담이 성사돼 애초부터 흥미진진한 분위기 속에서 기대를 모았습니다.

이번 실무접촉은 남북 당국간 회담으로는 2년 4개월여 만에, 그리고 남북 고위급 당국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으로는 6년 만에 재개됐습니다. 단절된 세월 탓일까요. 이날 실무접촉은 9일 오전 10시를 조금 넘겨 시작돼 10차례의 회담 끝에 18시간 만인 10일 새벽 3시40분에 마쳤습니다.

난산이라면 난산인 셈입니다. 그런데 합의문이 아닌 발표문으로 나왔습니다. 이견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발표문은 모두 6개항인데, 이중 1, 2, 5, 6항에서는 합의를 봤는데 3, 4항에서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1항에서 ‘남북당국회담 6월12일-13일 서울 개최’, 2항에서 ‘회담 명칭은 남북당국회담’, 그리고 5항에서 ‘북측 대표단의 왕래 경로는 경의선 육로’에서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3항의 당국회담 의제와 4항의 당국회담 대표 급을 두고 이견이 있었습니다. 당국회담 의제와 관련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이산가족 상봉 등에서는 합의를 했는데, 6.15공동선언 기념행사 문제에서는 합의를 보지 못했습니다. 또한 당국회담 대표 급과 관련 남측이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수석대표로 고집했으나 북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남북은 3항과 4항에서 서로의 입장을 담은 발표문을 내놓았습니다. 그나마 6항에서 “추가적인 실무적 문제는 판문점 연락관을 통하여 협의하기로 합의하였다”는 것이 위안을 줍니다.

이렇게 보면 이번 발표문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남북당국회담 성사를 알리는 가장 중요한 1항을 제외하면, 회담 명칭에 합의한 2항과 이견을 인정한 3, 4항입니다.

2항을 보면 회담 명칭이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남북당국회담으로 바뀌었습니다. 남북장관급회담은 6.15공동선언 직후 그 이행을 위해 2000년 7월부터 2007년 6월까지 총 21차례에 걸쳐 남북을 오가며 개최된 남북간 현안을 다뤄온 협의체였습니다.

아쉽기는 하지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도 있듯이 명칭을 바꾸는 것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장관급회담의 성과와 역사를 안고 갈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아울러, 3, 4항에서 보듯 차이를 인정하고 이를 공개한 것도 성과라면 성과인 셈입니다. 오랜만에 남북이 만났는데 첫술에 배부를 리 있겠습니까? 남북이 이번 실무접촉에서 완전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발표문을 내놨고, 그것도 서로 다른 발표문을 냈지만 흠이 되지 않습니다.

이견이 있지만 이를 결별로 선언하지 않고 그 차이를 인정하는 것도 용기이고, 차후 협의를 통해 이 차이를 좁힐 수 있다면 이는 더 큰 용기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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