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공동선언의 옥동자이자 남북 경협의 상징으로 불린 개성공단이 가동 10년 만에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습니다.

북측의 개성공단 근로자 전원 철수에 이어 남측의 인원 전원 귀환이 맞부딪치면서 일어난 일입니다. 이로써 남과 북 사이에는 접점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나마 남쪽에서 북쪽으로 보내는 전력과 생활용수가 최소한이라도 송전 급수되고 있어 다행이지만 이도 단전 단수 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이런 판에 빈사상태에 있는 개성공단을 놓고 남과 북이 서로 책임론을 벌이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듭니다. 개성공단 사태와 관련해 남과 북의 시각이 처음부터 달랐습니다. 한반도 전쟁 위기가 닥치자 북측은 개성공단 문제를 이 위기와 연관시켰지만, 남측은 별개로 다루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결국 이 같은 입장 차가 오늘의 개성공단 완전 폐쇄 일보 직전까지 오게 한 것입니다.

지난 4월8일 북측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가 특히 김관진 국방장관의 ‘개성공단 인질사태’, ‘군사적 조치’를 빌미삼아 개성공단 잠정 중단과 북측 근로자 전원 철수를 선언했습니다. 이에 류길재 통일장관이 4월26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외교안보장관회의 결과인 개성공단 잔류 인원 전원 귀환 결정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남측 인원 전원 귀환 과정에서 남측 기업들의 월급지급, 체불임금, 통신료, 기업소득세 등 미수금 처리 문제로 7명이 잔류했다가 4월 임금 미수금 지급 문제만 남겨둔 채 부분 타결돼 7명이 3일 귀환했습니다. ‘최후 7인의 귀환’이 이뤄진 것입니다.

개성공단 인원 전원 귀환이 이뤄진 지금 남북 간에는 4월 임금 미수금 지급에 대한 건이 남아있어 이와 관련한 추가 실무협의를 남겨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마저 남북이 티격태격하고 있어 주위를 안쓰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3일 통일부 당국자가 추가 실무협의와 관련 북측에 남북 간에 기존 대화채널인 판문점 채널이나 서해 군통신선 채널을 재개할 것을 제기하자, 5일 북측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이 판문점 연락과 서해 군통신선 회복보다 적대행위와 군사적 도발 중지가 우선이라면서 그렇게 하면 차단된 통행이 열리고 끊어진 통신이 회복되며 개성공단 운영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반격을 취했습니다. 

6일 통일부 대변인이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적대행위를 하거나 또는 군사적 도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반박하면서 “대화의 장으로 나와서 대화를 통해서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된다”고 맞받았습니다.

이처럼 남북 간에는 모든 게 엇박자입니다. ‘기싸움’도 내재돼 있습니다. 그나마 한 가지 위안이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기 남북관계가 위기 국면에 빠지자 북측이 이명박 대통령을 ‘이명박 역도’라고 실명 비판했습니다. 지금 개성공단이 문을 닫을 정도로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태임에도 북측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선 ‘청와대 안방주인’이라고 비교적 점잖게 호칭하는 게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인 셈입니다.

이처럼 개성공단 사태의 과정을 일별해 보면 그 분수령은 4월26일 청와대 외교안보장관회의였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북측이 늘 강조해 오던 ‘중대 조치’를 역으로 남측이 강행했기 때문입니다. 남측 잔류 인원 전원 귀환 결정이라는 강수는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받아들여집니다. 개성공단 정상화와 관련해 ‘청와대 안방주인’의 역할이 절실히 아쉬운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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