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경남대 석좌교수/전 통일연구원 원장)

박근혜 정부의 출범에 즈음하여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기위해 필자는 차기 정부의 대북 신(新)독트린(Doctrine) 선언을 제창하면서 새로운 대북정책을 건의하고자 한다. / 필자 주

MB 정부가 ‘비핵ㆍ개방ㆍ3000 구상’ 대북정책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서 지난 5년간 남북관계는 아무런 성과 없이 지나간 잃어버린 5년이었다. 향후 5년간 박근혜 정부는 지난 5년간 MB정부의 남북관계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북한 붕괴론 주장을 접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균형외교‘를 기조로 남북관계의 개선을 이뤄 한반도에서 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새 시대를 열길 기대한다.

핵무기와 장거리 대륙간 탄도탄을 보유한 북한이 4강(미.중.일.러) 어느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핵 국가가 되었다. 이제 핵 국가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북한 스스로 핵 포기를 하도록 어떻게 유인해야 할 것인가? 남북 간 상생과 공동번영을 위해 상호협력을 해야 하는데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등 중차대한 이슈들을 생각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새로운 대북정책을 짜야한다.

김대중 국민의정부는 대북정책을 화해와 협력의 포용(햇볕)정책이라 불렀고, 노무현 참여정부는 평화와 번영정책이라고 명명했고, 이명박 정부는 상생과 공영의 대북정책이라 했다. 그러나 북한은 9.19공동선언에 따라 한반도의 비핵화 국제적 공약을 무시하면서 지난 5년간 두 번의 핵 실험과 3번의 장거리 로켓발사와 천안함 침몰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남북경제협력도 인도주의적 대북지원도 모두 중단하게 되었다.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함께 이제 새로운 대북정책을 짜야한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새로운 대북정책의 기조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균형외교를 바탕으로 박근혜 정부가 신뢰, 화해와 협력의 신 대북 포용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익이 될 것으로 생각하며 필자는 박 정부의 대북정책으로 신(新)포용정책(neo-engagement)을 담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독트린 선언을 제창한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향후 남북 간 신뢰, 화해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해 신포용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길 기대한다. 만약 박 정부가 신포용정책을 포기하면 남북관계는 6.15공동선언 이전으로 돌아가 신냉전시대가 시작될 것이고 한반도에서 핵전쟁 위기가 고조될 것이고 이런 남북 간 위기상황의 진전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핵없는 한반도의 새 시대를 열지 못하게 될 것이다.

박 정부의 새 대북정책의 기조는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10년간 추진해 오던 대북 포용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필자가 제창하는 신포용정책의 핵심은 제한된 상호주의(limited reciprocity) 원칙이다. 제한적 상호주의란 유연성과 신축성을 의미한다. 현재 북한은 핵 국가임을 새 헌법에 명시하고 있으며, 또한 실질적으로 핵 국가이다. 그러므로 북한 스스로 핵무기를 포기시키고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 대북 신포용정책이라고 믿는다.

남북 간 신뢰를 바탕으로 신포용정책은 과거 정부의 잘못된 포용정책을 보완하고 대북 ‘퍼주기’란 악명을 탈피하면서, 주고(give) 받는 것(take)에 분명히 균형을 이루면서 제한된 상호주의 원칙을 바탕으로 북한이 스스로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국내외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여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이 기본목표이다.

이 구상은 대북 강압 정책으론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가정에서 유래한다. 제한적 상호주의는 엄격한 상호주의나 강경 대북정책과는 구별되어야 한다. 신포용정책은 남북 간 상호 신뢰와 균형을 바탕으로 북한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북 신뢰, 화해 및 협력정책을 바탕으로 그의 취임사에서 박근혜 독트린 선언에 아래 5가지 핵심 내용을 포함시키길 기대한다.

첫째, 남과 북의 최고지도자는 상생과 공영을 위해 먼저 대화를 통해 소통해야 한다. 필자는 조건 없는 남북대화를 건의한다. MB정부의 대북정책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남북대화의 조건을 고집했기 때문이었다. 대화 없는 남북관계의 개선은 있을 수 없다.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은 계사년의 육성신년사에서 “나라의 분열을 종식시키고... 북과 남 사이의 대결 상태 해소”를 강조하였다. 그러나 어떻게 대결 상태를 해소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먼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추진하여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조건 없는 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둘째, 남북관계 정상화의 첫 단추를 잘 끼우기 위해 복잡하게 얽혀있는 남북 간 핵심이슈들을 풀어야 하지만 단 한 번에 포괄적으로 풀 수 있는 혁신적 방안을 현시점에서 찾기 힘들다. 그러므로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 통일 이슈 등 당장 풀기 어려운 정치, 군사적 난제들은 뒤로 미루고 먼저 남북 간 경제협력을 통해 상호이익이 되는 쉬운 사업부터 하나씩 풀어가면서 신뢰를 쌓아 나가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기본적으로 남북 간 양보와 타협이 없으면 쉬운 문제도 풀 수 없다. 협력을 통해 남북에 경제적 이득을 가져오고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는 무엇보다 조건 없는 금강산 관광재개와 개성공단의 정상화이다. 경제협력을 통해 신뢰가 먼저 이뤄진 후 군사적, 정치적 문제도 풀어갈 수가 있을 것이다.

셋째, 북한의 전략적 변화 없이 북한이 스스로 핵포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의 전략적 변화를 적극적으로 유인하기 위해 제한된 상호주의 원칙을 바탕으로 ‘행동 대 행동’의 순차적 접근방식을 필요로 한다.

남과 북이 합의한 역사적인 기존합의문들을 성실하게 이행하려는 전향적인 자세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특히 남북 기본합의서(1992 발효), 6.15공동선언(2000)과 10.4선언(2007)은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위해 합의한 역사적인 문건들이다. 기존의 합의사항을 먼저 실천, 이행하려는 전향적인 자세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시작 하는 지름길이다.

넷째,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10년간 추진해온 대북 포용정책의 문제점을 수정, 보완하고 업그레이드(upgrade)해야 하는 것이 박근혜 정부가 가져야 할 바른 대북 자세이다. 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 경협사업의 연계전략은 설득력이 없어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에 분리하거나 병행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섯째,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를 병행 추진하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 이 구상은 남과 북이 주도적으로 준비하고 실천, 이행해야 한다. 10.4선언에서 남과 북이 주축이 되어 평화구축을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이미 합의한 바 있다. 북미 간에도 상호 포용 자세를 견지하여 국제적 협력 차원의 대북 포용정책이 유지되면 북핵 폐기와 북한의 전략적 변화를 유인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북한은 북미 평화대화를 유도하기 위해 금년에도 4차, 5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발사를 강행하겠다고 한다. 이에 대응하여 9.19공동선언(2005)에 따라 미.중.남북 간 "한반도 평화포럼"을 개최하여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미.중.남북 간 4자회담을 개최하여 60년간 지속되어온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을 제언한다.

끝으로, 박 정부가 새 독트린을 추진한다면 남북관계의 장래 전망은 밝다고 생각한다. 박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국민 대통합과 국민복지 향상은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고는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길 바란다.

필자가 제창한 박근혜 독트린 선언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때 한국경제의 선진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고 박 정부가 북한이 핵 국가라 할지라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균형을 유지하면서 향후 강력히 추진하고자 하는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동시에 통일을 지향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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