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선거일이 다가왔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는 가장 중요한 사건입니다. 그러기에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도 합니다. 문제는 선거를 통해 어느 후보를 뽑을까 하는 점입니다. 꽃을 피우되 곧바로 시들 꽃을 뽑을지 아니면 만개(滿開)하는 꽃을 뽑을지는 유권자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판단의 기준이 있습니다. 먼저, 언제나 그렇듯이 대선은 정권심판적인 성격을 띠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대선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입니다. 잘 했으면 그 당에 속한 후보를 밀면 되고, 못했다 싶으면 다른 후보를 선택하면 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살아생전에 이명박 정부에 대해 ‘민주주의 후퇴, 서민경제 파탄, 남북관계 악화’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안보’라는 이름으로 북한과 대립했지만 그 결과는 천안함 사건, 연평도 사건으로 이어졌으며, 이른바 ‘노크 귀순’이라는 웃지 못 할 상황도 만들어냈습니다. 남북관계 단절에다 안보 무능까지 겹쌓인 것입니다.

둘째, 이번에는 여느 대선과는 달리 두 사람이 유력한 후보자로 압축되었습니다. 제3의 후보가 없습니다. 그러기에 두 후보자를 놓고 이번 선거의 특징으로 ‘진보 대 보수의 대결’, ‘세대별 투표전’이라고 말합니다. 틀리지 않는 분석입니다. 그런데 이념과 세대를 뛰어넘는 가치가 있습니다. 다름 아닌 민족문제입니다. 지금 후보들의 민족문제 입장은 대북정책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후보들의 공약에는 비슷한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지만 가장 차이나는 것이 대북정책이지 않나 싶습니다. 좋은 정책은 서로가 베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한 인간과 집단의 대북정책은 비교적 일관합니다. 정당과 후보도 마찬가지입니다. 후보들의 대북정책이야말로 차별화를 판단할 수 있는 시금석으로 됩니다.

셋째, 민족화해적인 후보를 선택합시다. 민족화해를 지향하는 후보는 그렇지 않은 후보보다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 평화를 유지할 공산이 큽니다. 그리하여 남북갈등을 줄임으로써 안보를 예방적 차원에서 지킬 것입니다. 민족화해 지향 여부를 가리는 판단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입장입니다.

두 개 선언의 합의자인 김대중-노무현-김정일 세 사람이 모두 세상을 떴습니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와 민족통일의 길에서 두 개 선언은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북측의 새로운 리더십인 김정은 제1위원장은 두 개 선언의 지지 의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남측에선 어느 후보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지지합니까?

그러나 이러한 몇 가지 판단 기준이 있더라도 투표장에 나가지 않으면 공염불로 됩니다. 지금 시기 투표는 민주주의를 학습하는 가장 확실한 행동입니다. 특히, 젊은 층의 투표대열은 아름다울 것입니다. 선거날 날씨가 춥다고 합니다. 얼음바위 위에 피는 꽃이 가장 눈부실 것입니다. 추운 날씨를 뚫고 투표장으로 향해 민주주의의 꽃을 피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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