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선거가 이틀 앞에 있다.

대통령선거는 기본적으로 심판과 선택이다. 심판이란 지난 권력주체의 잘잘못을 밝히는 것을 뜻한다. 잘했으면 다시 국가운영을 맡기는 것이다. 이것이 선택이다. 잘못했으면 맡기지 않는 것이다. 이것 또한 선택이다.

지난 5년의 집권당은 당당하게 이 심판대에 올라야 한다. 그리고 주권자에게 잘한 것을 드러내 보여야 한다. 이런 것을 이렇게 해 왔노라고 해야 한다. 그것이 책임정치다. 뿐만 아니라 이러저러한 부족한 점을 이렇게 개선코자 하니 다시 정권을 맡겨달라고 해야 한다.

반면에 야당과 야당후보는 지난 권력의 잘못을 주권자에게 명확하게 지적하여 제시하고 그런 잘못을 한 정당에게 권력을 다시 맡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야 한다. 동시에 지난 권력과는 달리 이러이러하게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정책을 내보여야 한다. 앞으로 5년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 비판과 정책이 마땅하면 주권자는 야당을 선택한다.

이것이 주권자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선거고 민주주의다. 그럼으로써 선거를 통해 사회가 발전하고 정의와 평화가 증진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5년을 통치해 온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새누리당이 이번 대선의 심판대에 올라서야 한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심판대에 올라가지 않으려 한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새누리당의 이명박 정부를 실패한 정부라고 규탄한다. 자신을 선택하여 정권교체를 하자고 한다. 헷갈린다.

이번 대선은 초대 대통령선거가 아니다. 17대를 잇는 18대 대통령선거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는 지난 5년을 집권한 여당의 후보로서 남북문제에 대한 실적을 전혀 내놓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가 간단하게 짚어보자.

지난 대통령선거 때 내놓았던 한나라당-새누리당의 대표공약은 ‘비핵.개방.3000’이었다.

‘비핵’은 어떻게 되었나? 엊그제 북한은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다. 우리 모두가 걱정하고 있다. 왜 걱정거리인가? 인공위성을 올렸다 하여 걱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 운반체에 핵폭탄을 탑재하게 될 가능성 때문이다. 걱정의 핵심은 핵이다. 이것은 지난 5년 동안 북의 핵능력이 위협적인 수준으로 제고되었다는 반증이다. 한나라당-새누리당에게 정권을 맡긴 지난 5년 동안 한반도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이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9.19공동선언도 실종되고 말았다. 비핵의 가능성은 거의 소멸되었다. 따라서 비핵을 끌어내기 위한 대가는 날로 올라가고 있다. ‘퍼주기’ 정도로 북핵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이제 어림도 없는 계산이 되었다. ‘비핵’정책, 실패다.

‘개방’은 어떻게 되었나? 북이 개방하는 데는 충족되어야 할 조건이 많다. 가장 핵심적 조건은 남북관계의 정상화다. 어떻게 되어 있나? 완전 폐허다. 남북관계는 쌍방적이지 않은가? 맞다. 그러나 그것을 관리하는 능력을 우리 남의 정부가 가져야 한다. 이명박 정부,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나? 그리고 남북관계 정상화에 버금가는 조건이 북-미, 북-일관계의 정상화다. 어떻게 되었나? 북-미간에 열리기 시작했던 회담도, 열릴 듯 했던 북-일 당국 간 회담도 감감 무소식이 되었다. 우리 일이 아니라 할 것인가? 우리 남한이 이 조건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새누리당 정권은 지난 5년 동안 개방의 조건을 조성하지 못했다. 아니, 방해했다. 북은 오로지 중국을 향한 개방으로 갔고, 가고 있다. 통일을 전제로 생각할 때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이미 벌어졌다. ‘개방’ 또한 실패다.

사정이 이러하니 ‘3000’은 따져보나 마나다. 3000의 전제조건인 비핵과 개방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3000 약속은 공수표가 되고 말았다. 3000은 처음부터 공수표였다. 아니었다면 아무 물정 모르고 부쳐본 흥정이었다. ‘3000’ 또한 실패다.

우리의 심판결과는 분명하다. 다시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남북관계에 있어, 한반도에 있어, 그리고 동북아에 있어 새로운 시대를 열 평화비전을 가진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비록 실패한 집권당과 그 당의 후보라 하더라도 그 실패를 통렬히 반성하고 심기일전하여 평화비전을 내놓는다면 우리는 선택을 재고할 수 있을 것이다.

평화비전은 이것이다. 한반도에 다시 공조와 협력과 화해와 평화의 시대를 여는 것이다. 꽉 막힌 민간의 남북교류를 다시 잇고, 차단된 하늘길 땅길 바닷길을 다시 열고, 당국자회담과 국회회담을 다시 개최하고, 경협에 활기를 다시 불어넣고, 국민들 사이에 인도주의 감각을 다시 살려내고, 남북기본합의서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다시 실효화 하는 것이다.

59년이나 지속되고 있는 휴전협정은 상시적으로 무력충돌의 위협이 되고 있다. 종전을 이끌어내고 평화협정을 성사시켜 내는 것이 평화비전이다. 북과 미국이, 북과 일본이 관계를 정상화하도록 역할 하는 것이 평화비전이다. 국민과 우방국들에게 북이 핵을 포기할 수 있게 하는 데도 햇볕정책이 유효하다는 설득을 해내는 것이 평화비전이다. 핵무기보다 더 확실한 안전보장방안을 만들어내고 이를 북에 제공하는 것이 평화비전이다. 한반도에서의 평화는 물론이고 동북아 나아가서는 미-중 양 강대국 사이에 평화를 강제해 내는 의지와 철학을 가지는 것이 평화비전이다. 북한이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을 때 한반도는 전쟁의 위험에 던져졌었다. 미.일.중의 핵 함대를 비롯한 군사력이 우리를 향해 집중되었었다. 섬뜩한 일이었다. 남과 북의 통일방안에 있어 공통점을 찾고 그에 근거하여 평화통일방안을 추구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평화비전이다.

우리는 이런 평화비전을 가진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2013년을 확 달라지는 체제의 첫 해로 삼아야 할 것이다. 2012년 12월 19일, 낡은 시대를 벗어나는 날이어라. 새로운 시대로 도약하는 날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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