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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장의 침묵과 여당의원의 '관심법' 대선 앞둔 국회 정보위 회의장의 진풍경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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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12.15  15:3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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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일제에 의해 국권을 상실한지 100년이 흐른 뒤 처음으로 치러지는 18대 대통령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아쉽게도 분단 상황과 외국군 주둔과 같은 심각한 민족현실에 대한 논의는 뒷전에 밀려나 있다.

1971년 치러진 7대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 신민당 후보가 4대국 안전보장론과 평화통일론, 공산권과의 관계개선, 향토예비군 폐지 등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민족의 진로’를 공약으로 제시함으써 논쟁을 촉발시켰던데 비하면 오늘의 현실이 더욱 초라해 보인다.

북한이 인공위성 ‘광명성3호 2호기’를 쏘아 올린 후 열린 13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북한의 전격적인 위성발사 사실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우리 정보당국의 무능이 도마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열람을 요구하며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의 사퇴권고안을 제출한 것이다.

이미 원세훈 국정원장을 고소한 바 있는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정보위원장은 “차수를 변경해 밤을 새워서라도 열람을 요구할 것”이라고 초강경 자세를 취하며 원세훈 원장을 몰아붙였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가세하는 보기드문 광경이 연출된 것이다. [관련기사 보기]

더욱 가관은 여야 정보위 간사들의 중간 브리핑 시간에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수많은 기자들 앞에서 한 발언이다. 정문헌 의원은 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NLL(북방한계선)을 포기하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는 등 자신의 주장을 담은 질문 내용을 소개한 뒤 “(국정원)원장이 사실상 사실을 다 인정했다. 안에 있다고, 내용 인정했다”고 브리핑했다. 만일 정문헌 의원의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어마어마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정청래 민주통합당 간사의 브리핑은 180도 달랐다. 정청래 의원은 “(국정원)원장은 한마디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속기록을 확인해도 좋다”며 국정원장의 답변은 “보안이 중요하다. 보안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청래 의원의 반박에 정문헌 의원은 다시 “국정원장의 답변 말씀드리면, 제가 몇 번을 얘기했을 때 ‘맞죠? 알죠? 확인되죠? 맞죠?’ 했을 때 아무 얘기도 안 하고 눈만 멀뚱멀뚱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확인해줄 수 없다’도 아니고, 눈만 멀뚱 멀뚱 멀뚱 멀뚱 쳐다보면서 다 인정하고 있었다”고 말을 바꿨다. 눈만 ‘멀뚱 멀뚱’했지 맞다고 말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기자 역시 뛰어난 ‘관심법(觀心法)’을 가진 정문헌 의원을 ‘멀뚱 멀뚱’하게 쳐다볼 수 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다. 두 의원의 브리핑을 현장에서 들은 기자들은 원세훈 원장이 직접 정문헌 의원의 주장을 인정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음을 확실히 알 수 있었고, 고의로 사실관계(fact)를 왜곡할 ‘용기’를 갖지 않고서야 다른 보도가 나올 수 없는 사안이었다. 물론 정문헌 의원의 발언을 보도하는 것이야 자유일 터지만 적어도 원세훈 원장이 인정했다고 보도한다면 명백한 ‘오보’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문헌 의원은 하루 뒤인 14일 다시 기자회견을 자청해 “국정원장에게 하나하나에 대해 ‘맞죠’, ‘알죠’라고 묻자 부인하지 못하고 쳐다보며 사실상 내용을 다 인정했다”고 똑같은 주장을 들고 나왔다.

나아가 “정회 시, 국정원 고위관계자가 ‘국정원이 의원님께서 질의한 노 전 대통령 발언 실체를 다 확인해준 것 아니냐. 다 확인해드렸는데도 열람까지 요구하시면 좀 부담스럽다’며 노 전 대통령 발언의 실체를 재차 확인했다”고 정체불명의 ‘국정원 고위관계자’의 ‘정회 시’ 비공식 발언까지 끌어들였다.

정문헌 의원이 지난 10월 8일 국회 외통위에서 제기한 ‘남북정상 단독회담’과 ‘북한 통일전선부가 녹음한 대화록’을 ‘비밀합의사항이라며 우리 측 비선라인과 공유’한 사항 등은 이미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고, 정상회담 대화록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심지어 국정원조차 고수하고 있는 상식에 속하는 사안이다.

이미 정문헌 의원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부인한 바 있는 이재정 당시 통일부 장관은 14일 다시 반박 기자회견을 갖고 “제2차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이에 NLL과 관련한 논의나 주한미군에 관한 논의, 경수로에 관한 논의를 한 사실이 전혀 없었음을 분명하게 밝히고 절대로 새누리당의 흑색선전에 절대 넘어가지 않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다시 한 번 호소했다.

문재인 후보 선대위 공보단장인 우상호 의원은 “이제 NLL이라는 말은 북방한계선이라는 용어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No Liars Lie, 거짓말쟁이의 거짓말은 더 이상 용서하지 않는다’는 국민들의 경고문구로 바뀌었다”고 촌평했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새누리당의 반복되는 NLL 공세와 서해 NLL이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다는 역사적 사실조차 제대로 내놓고 말할 수 없는 민주통합당의 위축된 입지가 오늘의 우리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남북이 갈라진지 60여년이 지나도록 우리민족이 분단의 시대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 집권여당이 NLL 정치공세에 골몰하는 사이에도 북한은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고, 미국과 중국은 아시아의 맹주자리를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대선 후보들은 정말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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