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수 (민주통합당 통일전문위원)


지난 11월 5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외교·안보·통일정책을 발표하고, 최근 이를 '세상을 바꾸는 약속, 책임 있는 변화'라는 제목의 정책 공약 자료집으로 발간하였다.

박근혜 후보는 외교.안보.통일 정책의 목표로 “남북한 구성원 모두가 자유롭고 행복한 한반도, 안정되고 풍요로운 아시아를 만들어가는 한반도, 인류발전에 기여하며 신뢰받는 한반도”인 ‘새로운 한반도’를 제시하였다.

이를 실행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평화, △신뢰받는 외교, △모두가 행복한 통일 준비를 3대 기조로 제시하고 △억지를 바탕으로 협상의 다각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남북관계 정상화, △작은 통일에서 시작하여 큰 통일 지향 등 7대 정책을 제시하였다.종합적으로 볼 때 기존의 새누리당의 정책에 비해 “다양한 대화채널 상시 개설 및 정상회담 개최” 등 나름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평가한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대북포용 정책의 내용을 일부 수용한 것은 안보 파탄과 시대착오적 대결로 점철된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평화와 화해.협력에 대한 국민들의 갈망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몇 가지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먼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대북정책은 구체성이 떨어지며 실패한 MB의 대북정책인 ‘선핵폐기’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우기 힘들다. 이는 박근혜 후보가 “신뢰와 비핵화 진전에 따라 한반도 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한 ‘비전 코리아 프로젝트’ 추진”과 “비핵화 진전에 따라 상응하는 정치·경제·외교적 조치 강구”고 밝히고 있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즉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여전히 ‘전제’를 달고 있다는 것이다.

즉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 전력, 교통, 통신 등 인프라를 확충하고, 국제투자 유치 등을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이 대목에서 우리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에 나선다면 북한의 1인당 소득을 10년 안에 3천 달러가 되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 ‘비핵.개방.3000’이다. 이는 남북경협과 핵폐기 및 개방을 연계하는 이른바 ‘선핵폐기론’을 강조하여 북핵 폐기 없이는 남북관계의 어떠한 진전도 없다는 것을 제시하였다. 즉, 박근혜 후보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MB의 ‘비핵.개방.3000’의 변종(變種)이라 평가할 수 있다.

둘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박근혜 후보의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평화체제는 전쟁의 법적 종결 및 전쟁방지와 평화유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의미한다. 평화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은 이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전쟁상태를 평화 상태로 전환하고, 상호 적대적 관계를 초래했던 긴장요인들을 해소함으로써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제도적 발전을 실현하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는 북핵문제 해결과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두 축으로 형성되는데, 박근혜 후보는 북핵문제에 대해서만 “남북간 실질적 협의, 6자회담 새 동력 제공”과 같은 일반적인 사항만 제시했지, ‘한반도 평화 구상’이 부재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가 실종되었는데, 박근혜 후보 또한 이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박근혜 후보가 제시한 공약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는 공약집에서 “정치적 상황과 구분하여 인도적 문제 지속적 해결”을 약속하고, “북한 주민의 인간다운 삶 위한 대북지원 투명성 있게 추진” 등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정작 지난 12월 4일에 있었던 정치·통일·외교안보 TV토론에서는 “퍼주기는 가짜 평화”라고 주장하였다.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틈만 나면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퍼주기’라는 터무니없는 정치적 공격을 하였다. 새누리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식량, 비료에 대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비롯하여 남북경제협력을 위한 기반 시설인 철도·도로 연결 자재 차관 등 정부차원의 지원을 물론이고 현대를 비롯한 민간 사업자들의 개성공단 토지 임차료 등도 ‘퍼주기’라고 공격하였다. 자신들이 ‘퍼주기’라고 정치적 공세를 한 ‘대북 인도적 지원’과 ‘남북경제협력’에 대해 “정치적 상황과 구분하여 인도적 문제”를 진실하게 실천할 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것이다.

넷째, 박근혜 후보는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5.24조치와 금강산관광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박근혜 후보가 강조하고 있는 남북관계의 ‘신뢰’의 첫 시험대는 금강산관광과 5.24조치가 될 것이 예상된다. 즉 이 두 문제는 ‘기출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아쉬운 부분으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 낼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제18대 대통령 선거일,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의 갈림길에 서 있다. 국민의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1971년 부산에서 태어나 동국대 북한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KYC(한국청년연합회) 평화통일센터 사무국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민주당 정책위원회 통일전문위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동국대 강사, 인제대학교 통일학연구소 연구위원, 민화협 정책위원, 도산통일연구소 연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쓴 글로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발전 방향 연구”(2011), “북한 대중운동 연구: 권력승계 측면에서 비교한 ‘150일 전투’와 ‘70일 전투’를 중심으로”(2010), “북한 권력승계 담론 연구”(2010), 『북한 청년동맹 연구』(한울, 200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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