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재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미군문제팀장)


18대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야권의 유력 후보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도 곧 매듭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두 후보의 통일외교안보정책을 비교 평가해 보는 것은 민족의 평화와 통일에 부합하는 정책과 후보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

문재인 후보는 11월 5일 <통일뉴스> 서면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남북관계와 안보를 파탄냈다. 저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포용정책(햇볕정책)을 계승,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비판을,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는 계승.발전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로써 문재인 후보는 집권 시 화해협력 정책을 취해 나갈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안철수 후보는 11월 8일 <통일뉴스> 서면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원칙을 세우려 노력한 점은 평가”하면서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한반도의 평화관리에 실패했으며, 북핵문제를 악화시킨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교류협력으로 남북 긴장완화하고 한반도 평화를 관리한 성과를 거둔 반면 ‘퍼주기’ 논란 등 남남갈등, 즉 남한 내의 이념갈등을 유발한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명박,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양시양비론을 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안철수 후보의 대북정책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노무현, 이명박 정부의 중간지점이 될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책과 거리를 두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정책과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후보도 ‘지속가능한 평화’와 ‘신뢰받는 외교’, ‘행복한 통일’을 외교안보 정책의 3대 기조로 남북 간 교류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서울과 평양에 각각 ‘교류협력사무소’를 설치하고 북한 지도자와도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유라시아 경제협력을 위해 한반도종단철도(TKR).시베리아횡단철도(TSR).중국횡단철도(TCR)를 연결해 ‘실크로드익스프레스(SRX)’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도 내놨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 폐지인가, 개정인가

문재인 후보는 <통일뉴스> 서면인터뷰에서 “국가보안법은 인간 사상에 대한 검열, 행위 형법이 아닌 심정 형법의 문제, 모호한 범죄구성 요건, 형사절차상 피의자의 권리 제한, 사회 전체의 공안적 분위기 조성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11월 19일 서울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국가보안법에 인권문제 소지가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은 당연히 국민 공감을 얻어서 개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개정에 대해서도 두 가지 조건을 달 정도로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후보가 적절히 지적하고 있듯이 국가보안법은 유엔의 인권규약(자유권 규약 B규약 제19조) 위반이며, 유엔 인권위원회, 인권이사회 등에서도 문제를 제기한 국제적으로 악명이 높은 법이다. 미 국무부에서도 문제를 삼고 있는 법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국가보안법 적용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반국가단체 혐의를 뒤집어씌운 왕재산 사건은 법원에서 그 부분에 대해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지금도 수사가 계속되어 지금까지 백 수십 명이 수사를 받고 있다. 형량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고, 수사도 무차별적이다. 공안기관 관계자들은 ‘왕재산 사건 하나면 3년을 먹고 산다’고 말한다고 한다.

1994년 창립되어 아무런 문제없이 일상적이고 공개적으로 활동해 온 우리 단체도 북을 찬양 고무했다는 혐의 등으로 지난 2월 국정원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검사와 판사를 속여 영장을 발부받을 목적으로 판단되는, 평통사가 왕재산과 연관되어 있다든지, 통일부의 허락을 받아 북에 보낸 조의문을 알 수 없는 경로로 보냈다든지 하는 허위사실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압수수색을 받은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검찰조사 한 번 받지 않았다. 그런데 9월과 11월에 연이어 지역 평통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자행되었다. 조사도 평통사의 기자회견문을 북한의 <노동신문>의 문장과 단어에 꿰맞춰 북의 주장에 동조했다는 식으로 유치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먼지털이식 수사로서 이를 통해 공안기관이 정권변동의 시기에 자신의 존재를 과시함으로써 자기 밥그릇을 잃지 않으려는 추악한 작태로 보인다.

심지어 역설적인 방식으로 북을 조롱한 것이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인신을 구속하는 웃지 못한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유신시대의 막걸리 보안법보다 훨씬 황당한 일이 21세기에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반인권적이고 파렴치한 행태의 법적 근거와 빌미가 되는 것이 바로 국가보안법이다. 국가보안법 피해자와 그 가족들, 단체들은 심각한 생활적, 정신적 상처를 입게 된다.

이처럼 국가보안법은 반인권적이고 반민주적이며 반통일적인 악법이다. 오로지 공안기관과 수구냉전세력의 존립 근거이자 반대자들에 대한 탄압의 도구일 뿐인 국가보안법은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더라도 형법을 통해 관련 사안은 얼마든지 규율할 수 있다.

그런데도 안철수 후보가 국가보안법 개정에 대해서조차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의 인권 감수성이나 사상과 양심의 자유에 대한 인식의 수준을 의심하게 만든다.

제주해군기지사업 중단이냐, 지속이냐

11월 8일, 문재인 후보는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일단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중단하고 민주적 절차에 따라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노무현 정부의 핵심 관계자였던 문 후보가 자신들의 정책 오류를 실천적으로 반성한 것으로서 용기있는 태도라 할 만하다.

안철수 후보는 11월 2일 강정마을을 방문한 자리에서 강동균 마을회장의 거듭되는 공사중단 입장 표명 요청을 외면한 채 “고(故) 노무현 대통령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제주도 해군기지 필요성에 대해 인정한 만큼 고급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는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기정사실화하는 안 후보의 이런 태도는 공사 중단을 요구하면서 처절하게 싸우는 주민과 강정지킴이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제주해군기지는 사업타당성 결여, 부적절한 입지조건, 비민주적 절차, 민항과 군항 사용 모두 부적합한 설계, 부실 시공, 미 해군 사용, 불법 폭력을 동원한 공사 강행 등 숱한 문제를 안고 있다.

안철수 후보가 이전 정부들의 필요성 인정과 고급 정보 부재를 핑계로 제주해군기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가 말하는 ‘혁신’과 ‘상식’에 부합하는 태도라 할 수 없다. 자신의 독자적인 판단도 없이 기존의 것을 답습하면서 어찌 혁신이 가능하며, 고급 정보가 없다면서도 제주해군기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는 것이 어찌 상식에 합치된다고 할 수 있겠는가. 고급 정보가 없어서 독자적인 판단이 어렵다면 적어도 그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상식이 아니겠는가.

한미FTA 재협상인가, 개정인가

문재인 후보는 <통일뉴스> 서면인터뷰에서 “한미 FTA는 국회에서도 2011년 이미 재협상 촉구를 결의했고, ISD 등 독소조항에 대한 국민적 우려도 큰 만큼 재협상을 통해 불이익을 바로잡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7월 발간한 『안철수의 생각』에서 “(한미FTA) 폐기보다는 면밀한 분석을 통해 수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적극적인 재재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11월 8일 <통일뉴스> 서면인터뷰에서는 “협정 체결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독소조항의 경우, 이에 따른 폐해가 발생한다면 국제적 관례에 부합되도록 개정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개정’이란 이행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서 7월의 ‘재재협상’ 입장에서 후퇴한 것이다.

이처럼 한미FTA에 대한 문, 안 후보의 입장은 ‘재협상’과 ‘폐해 발생 시 개정’으로 차이가 있다.

천안함 재조사인가, 아닌가

문 후보는 민주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해 “국방부 판단을 존중한다. 정부의 조사결과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의심을 제기하고 국민들도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믿지 못하겠다고 한다. 합리적인 의심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안철수의 생각』에서 “저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발표를 믿습니다. 다만, 국민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문제가 커졌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두 후보의 입장은 비슷한 것 같지만 재조사 여부에 대해서는 차이가 있다. 천안함 사건이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끼친 심각한 악영향과 사건발생에서 진상조사 과정에 이르기까지 발생한 숱한 은폐와 왜곡.조작, 이에 대한 다수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문제제기와 국민적 의혹을 고려할 때 새로운 정권에서는 전면적인 재조사가 이뤄져야 할 사안이라는 점에서 두 후보의 차이는 주목해 봐야 할 대목이다.

NLL은 과연 영해선인가

문 후보는 12일 서울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NLL은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북 간 불가침 해상경계선으로 합의한 사실상 영해선”이라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NLL(북방한계선)은 남북기본합의서 정신에 기초해 남북 양측이 인정한 해상경계선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영토는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다”며 “NLL을 단호히 사수하고 영토 주권을 수호하겠다”고 주장했다.

문, 안 후보 모두 NLL이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북이 합의한 해상경계선’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두 후보가 남북이 합의했다는 근거로 내세우는 「남북불가침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 제10조는 다음과 같이 적시하고 있다.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불가침구역은 해상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 이는 남북의 합의된 해상경계선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협의하기로 한 것임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다만, 해상불가침구역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는 문구에 대해 남쪽은 북쪽이 NLL을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북은 이런 해석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NLL이 해상경계선이라는 주장은 정전협정, 남북기본합의서 등 어디에도 법적 근거가 없다. 이에 대해서는 수많은 근거들이 제시되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설명이 필요치 않을 정도이다. 더욱이 NLL이 영토선(영해선)이므로 NLL을 지켜 영토주권을 수호하겠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불법적인 주장이다. 이는 내용적으로는 “쌍방 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남북기본합의서에 위배되는 반통일적 주장이고, 남북 분단으로 사문화되어 있지만 형식적으로 보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의 영토조항에도 위배되는 위헌적 주장이다.

대표적인 반북수구세력으로 인식되는 재향군인회조차 NLL을 “실질적인 남북 해상분계선”이라고 할 뿐 영토선(영해선)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지는 않는다. 이런 점에서 두 후보의 NLL에 대한 인식 수준이 재향군인회에도 못 미친다는 것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도 두 후보가 NLL을 영해선 또는 영토주권과 결부짓는 것은 반북수구세력의 색깔론을 두려워하여 진실을 호도하는 기회주의적 태도이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 후보는 NLL은 영토선이 아니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용기있는 발언에서 명백히 후퇴한 것이다. 두 후보의 이런 완고한 입장은 10.4선언에 명시된 공동어로구역 설정 등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에 난관을 조성하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방안에 대한 구상은?

문 후보는 <통일뉴스> 서면인터뷰에서 “북핵 해결의 3원칙은 ‘북핵 불용’, ‘9.19 공동성명 준수’, ‘포괄적·근본적 해결’이다. 나는 이러한 포괄적 접근방안을 구체화한 ‘한반도 평화 구상’을 준비하겠다. 인수위 시절 북한에 특사를 보내고, 대통령 취임식에 북한 인사를 초청하며, 취임 후 여름까지 한미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해 ‘한반도 평화구상’을 조율하고, 이를 북한의 정상과 합의하겠다. 이어 6자회담 참가국들과 조율을 거쳐 취임 2년차인 2014년 상반기에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한 6개국 정상선언’을 도출해 내겠다. 이것이 ‘한반도 평화구상’의 로드맵”이라고 밝히고 있다.

안 후보 역시 <통일뉴스> 서면인터뷰에서 “남북협력, 평화체제, 북핵문제 해결을 동시 병행적으로 추진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체제와 통일 과정을 동시에 진전시키는 정책을 추진할 것입니다. 먼저 남북대화를 복원하여 신뢰를 구축해 나가고 사실상 통일과정을 진전시켜 나가겠습니다. 이와 병행하여 6자회담을 재개하고,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한미, 한중 등 양자 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실질적인 한반도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갈 것입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두 후보 모두 포괄적이고 동시병행적인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접근을 통해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이루겠다는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고 고무적이다. 새로 들어서는 정부는 정전협정 60주년인 2013년을 한반도 평화협정 원년으로 선포하고 취임 첫 해부터 남북대화와 6자회담, 한반도 평화포럼을 동시에 추진하여 늦어도 차기 정부 임기 내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은 김대중.노무현 계승, 안철수는 박근혜와 닮은 꼴

종합해 본다면 문재인 후보의 경우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화해협력 정책 계승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경우 파탄난 남북관계의 복원과 한반도 평화의 밝은 전망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NLL이 영해선이라는 입장을 정정하지 않을 경우 향후 남북관계, 특히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과정에서 어려움이 조성될 것으로 우려된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과거 정부에 대한 평가, 국가보안법.제주해군기지.한미FTA.천안함 사건에 대한 입장에서 문재인 후보보다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유사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안보는 보수”라는 자신의 입장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이 경우 안철수 후보가 자신의 입장을 전향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통일외교안보 분야에 관한 한 정권교체의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만,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통일외교안보정책을 진보적으로 변화시켜 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 애국크리스챤청년연합 부의장
전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사무처장
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사무처장
전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 정책위원장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미군문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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