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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활웅자료실] <시사촌평> 구린내 나는 한국의 정체성

저자
이활웅
출처
통일뉴스
발행일
2005-03-08
<시사촌평> 구린내 나는 한국의 정체성

노무현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은 과거의 진실을 규명해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배상할 일이 있으면 배상하고 나서 화해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런데 사흘 후 한승조 고려대 명예교수가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로 지배한 것은 다행스런 일로 원망하기보다 축복해야 하고 일본에게도 감사해야 할 일이라는 글을 일본잡지에 실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의 정체성에서 구린내가 물씬 풍겨나는 창피한 사건이었다.

대한민국이 일본의 식민지배에서 해방된 한국인들이 세운 나라라면 의당 일제강점기의 모든 통치체계와 법제도의 정당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그 정체성의 기본이 돼야 한다. 그 일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하나는 일본으로부터 과거의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받아내는 일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친일민족반역세력을 소탕하는 일이다.

그런데 과거의 잘못에 대한 일본의 사과와 배상을 받아내는 일은 우리 맘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일본 자신이 그런 반성을 해야 가능한 일인데 일본은 지금까지 그러기를 거부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일본의 부도덕성에 대해 늘 분노를 터뜨려 왔다.

그러나 친일반역세력의 소탕은 남이 해 주는 일이 아니라 우리들 스스로가 해야 할 일이며 또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까닭은 미군정이 친일파의 협력을 원했으며 또 국내 기반이 없는 이승만 박사가 정권을 잡기 위해서 친일파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반공, 반북을 위해서는 차라리 친일파들의 손에 나라의 열쇠를 맡긴다는 그릇된 선택을 우리들이 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해방 60년이 되는 지금까지도 한국은 친일반역세력을 소탕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한승조 교수의 주장처럼 그들이 오히려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분야에서 주도세력으로 자리를 굳혀버린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러니 일제가 젊은이와 여성들을 협박하여 징용, 징병, 위안부로 끌고 갈 때 그들의 앞잡이가 되어 그 일을 거들어주던 사람들이 지도층으로 군림하고 있는 한국에서 아무리 잘못을 시인하고 배상하라고 목청을 높인 들 일인들이 콧방귀나 꾸겠는가 말이다.

다행히 역사의 대의는 언제까지나 구겨진 채 내버려질 수 없어서 이제 친일과 사대의 아성이던 군사독재체제가 민주적인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교체되어 친일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의 청산작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수구사대세력은 이 일을 필사적으로 저지하려 하고 있다. 또 일반 국민들 중에도 지금 경제가 어려운 때 꼭 과거사 청산을 감행할 필요가 있을까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다한다. 그래서 그 실시가 차일피일 지연되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러나 과거사를 청산한다고 경제가 망가진다는 생각은 근거 없는 착각이다.

분명한 것은 친일의 더러운 과거를 청산하지 않고 바른 정치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벽에 묻은 오물을 닦아내거나 긁어내지 않은 채 그 위에 페인트칠 하거나 벽지를 바르고 방을 꾸미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 구린내는 두고두고 스며 나오게 마련이다.

한 교수는 결국 명예교수직과 자유시민연대 공동대표직을 자진 사퇴했다한다. 그러나 한 교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한국에는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친일 잔재세력을 먼저 척결하고 나서 일본의 사과와 배상도 요구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말이 먹혀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2005년 3월 8일자 통일뉴스 시사촌평11 자료입니다)
작성일:2020-10-13 10:09:32 112.160.11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