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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활웅자료실] <시사촌평> 보다 뚜렷해진 미국의 속셈

저자
이활웅
출처
통일뉴스
발행일
2005-02-22
<시사촌평> 보다 뚜렷해진 미국의 속셈

지난번 <시사촌평9>에서 나는 북한 핵문제의 외교적 타협을 거부하며 6자회담을 질질 끌고 가려는 미국의 속내는 그렇게 함으로써 한반도에 지속적인 긴장을 조성하여 남북의 화해노력에 찬물을 끼얹으려는데 있을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그러한 미국의 속셈은 날이 가면서 보다 뚜렷해지고 있다.

2월 10일 북한의 핵무기 보유 및 6자회담 불참 선언이 있은 후 미국은 일단 표면상 평정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면서 중국의 압력으로 북한이 6자회담에 다시 나올 때를 기다려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생각”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관리들의 남북 화해협력을 훼방하려는 태도는 최근 점차 노골화되고 있다. 작년 10월 힐 주한 미대사는 개성공단 사업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면서 대북경협을 위한 한미 간 “조율”을 강조한 바 있다. 또 프리쳐드 전 대북협상담당 대사는 금년 1월 한국의 대북 경협은 북을 이롭게 할 뿐임으로 미국은 이를 정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의 6자회담 불참 선언 직후 체니 미 부통령은 때마침 방미중인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한국의 대북 비료지원 중단을 요구했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월포비츠 국방차관도 반 장관에게 같은 요구를 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리고 6자회담의 미국대표로 새로 임명된 힐 주한대사(동아태담당 차관보로 내정)는 북한에 대한 강성발언을 연발하는 한편 남북 간 경제협력을 한미 간에 “조율”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미국의 남북화해 방해공작은 어제오늘에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1990년 독일통일로 자극받은 남북한은 1991년과 92년에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와 그 이행과 준수에 관한 각종 부속합의서에 서명하고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토록 남북 간 화해분위기가 고조되자 미국은 북한이 영변소재 원자로에서 핵무기를 만들고 있다는 소위 제1차 북핵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로써 남북 간의 화해분위기는 삽시간에 긴장관계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제1차 북핵위기를 94년 10월 기본합의로 타결한 북한과 미국은 우여곡절 끝에 2000년 10월 관계정상화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그러나 부시정권의 등장으로 대북관계를 다시 극한대결의 원점으로 되돌린 미국은 2002년 남북 협력관계가 가속화될 뿐 아니라 일본마저 대북관계 개선에 나서는 상황을 그냥 좌시할 수 없어서 그해 10월 북이 핵무기계획의 존재를 시인했다면서 지금의 제2차 북핵위기를 조성했던 것이다. 그리고 말로는 협상하자면서 실제로는 상대가 수락할 수 없는 일방적 요구를 고집하면서 시일을 끌고 있으며 그 결과 남북관계는 또 다시 정체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모 대학의 특강에서, “미국은 남북관계가 호전될 때마다 절묘하게 북핵 의혹을 제기”했다고 말한 것으로 최근 보도되었다. 그는 또 “미 네오콘은 한반도 갈등상황이 오래 갈수록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한다.

정세현 전 장관의 견해는 결코 그 자신만의 개인적인 생각이 아닐 것이다. 남북화해협력과 통일에 걸림돌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한나라당 계통의 숭미사대주의자(崇美事大主義者)가 아닌 한 누구나 정 장관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

아마 현 정부의 당국자들도 그런 이치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북핵문제의 추이에 따라 남북경협에 조정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부 측의 생각이라 한다. 알고도 모를 노릇이다.

(2005년 2월 22일자 통일뉴스 시사촌평10 자료입니다)
작성일:2020-10-13 10:09:32 112.160.11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