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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활웅자료실] <시사촌평>한국 외교의 당면한 긴급과제

저자
이활웅
출처
통일뉴스
발행일
2005-03-21
<시사촌평>한국 외교의 당면한 긴급과제

서울을 방문한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북한은 주권국가이며 미국은 북한을 침략이나 공격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핵보유는 절대 용납할 수 없으니 6자회담에서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리고 지금은 북한이 중요한 전략적 결정을 해야 할 시점이라면서 북한이 무조건 6자회담에 나올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그녀는 미국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북한이 6자회담에 끝내 안 나오는 경우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 다른 조치가 군사적 대안을 포함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녀는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서울 방문을 통해 라이스 장관은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남한의, 특히 젊은이들의, 불신을 해소하려고 노력한 것 같다. 그러나 북한의 뿌리 깊은 대미불신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무시해 버리는 입장을 고수했다. 북한을 “주권국가”라고 부르면서 평양 측의 상한 기분을 무마하려 했지만 그런 수사노름의 약발이 과연 제대로 먹혀들어갈지 의심스럽다.

라이스의 다음 방문국인 중국이 미국의 성화에 못 이겨 북한에 어떤 압력을 가할 것인지 두고 봐야 알겠지만 라이스의 아시아 순방으로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한 환경이 별로 나아진 것은 없는 듯하다. 이런 분위기에서 6자회담이 설사 재개되더라도 문제의 원만한 타결을 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공정하게 말해서 핵문제를 포함해 북, 미간에 꼬인 모든 문제는 결국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미국은 돈줄을 끊고 장사를 방해하여 북한의 살림을 망쳐놓았을 뿐 아니라 미군의 무기한 남한주둔으로 북한의 생존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은 말로는 북한을 침공할 생각이 없다고 하지만 북한에게 “악의 축” 또는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낙인을 찍었을 뿐 아니라 정부의 공식문서로 북한을 선제공격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다. 또 작년에 만든 북한 인권법에 이어 최근에는 민주주의 증진법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평양이남 지역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방안이나 마약밀매를 차단하기 위한 국제포위망을 구상중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지금은 미국이 핵문제로 북한을 몰아붙이고 있지만 핵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미국은 미사일 문제, 인권문제, 마약문제 등으로 북을 계속 압박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최종목표는 궁극적으로 김정일 체제를 제거한다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 어김없는 현실이다.

지난 2월 10일 북한은 핵무기 보유 및 6자회담 불참을 선언했다. 이는 북한도 마침내 미국의 최종목표가 북한체제의 제거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물론 우선은 외교적, 평화적 방법으로 북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켜 갈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 급기야 북한으로서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 북한은 스스로 무너지느니 차라리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무는 식으로 대들게 됨으로써 끝내는 미국에게 군사행동을 정당화시킬 구실을 주게 될 것이다.

그런 경우 한민족이 미처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큰 참화를 입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을 기어코 지구상에서 없애버리겠다는 결심을 수정하지 않는 한, 한반도의 사태는 이런 시나리오에 따라 발전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어떻게 하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 하는 것이 한국 외교의 당면한 긴급과제이다.

(2005년 3월 21일자 통일뉴스 시사촌평12 자료입니다)
작성일:2020-10-13 10:09:32 112.160.11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