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주이면서도 유력 대선주자인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그는 단번에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되었습니다. 안 후보의 출마선언문격인 기자회견문은 주로, 그의 출마 동기이기도 한 ‘정치쇄신’에 할애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궁금해 하는, 넓은 의미의 통일정책과 관련해서는 “평화체제는 역시 안보와 균형을 맞출 때 실현가능하다”고 딱 한 줄로 명시했습니다. 그리고는 좀 부족했던지 바로 이어 “제 정책비전과 구상의 구체적 내용은 앞으로 선거과정에서 말씀드리겠다”고 예약했습니다.

안 후보의 이 같은 짧은 발언을 통해 그의 한반도 구상과 대북정책 등을 추출할 수는 없지만 한두 가지를 읽을 수는 있습니다. 한 문장만을 썼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가장 관심 있는 주제를 밝힌 셈이 되는 것이니까요.

그는 평화체제와 안보를 대비시키면서 양쪽의 균형을 주장합니다. 이는 진보세력이 평화체제에, 보수세력이 안보에 각각 상대적으로 방점을 찍는 것과는 사뭇 다릅니다. 말하자면 제3의 길을 택하겠다는 것이지요. 이는 자신의 지지세력인 무당파와 중간파를 의식한 고도의 셈법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는 평화체제가 곧 가장 튼튼한 안보이기에 그의 발언은 동어반복이 될 뿐입니다.

그래도 아쉬운 건 평화와 안보 문제를 비교하면서도 ‘통일’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그의 통일관은 지난 7월 발간한 ‘안철수의 생각’이란 사실상의 정책 공약집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통일을 하나의 사건으로 보는 시각이 있고, 통일을 점진적인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 같다”고 대비시키고는 자신은 후자 입장임을 밝힙니다. 그리고 ‘통일을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개성공단을 예로 들며 “남북간의 경제교류가 진전되면 서로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다”면서 “그런 협력(개성공단)을 통해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힙니다.

나아가 그는 “북한과 평화적인 경제협력이 활성화되면 내수시장이 확장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서 “우리 경제는 현재 성장이 정체된 상황인데 북한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과 통일을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안 후보는 이제 대권 도전 의지를 밝혔습니다. 남측의 대통령은 분단된 나라에서 ‘민족통일’을 이뤄야 하는 숙명적인 과업을 안고 있습니다. 한반도 문제를 평화 문제로만 한정할 게 아니라 통일 문제를 우선시해 병행해서 접근해야 하며, 통일 문제 역시 경제적 관점만이 아닌 민족적 관점을 우선시해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가 “정책비전과 구상의 구체적 내용은 앞으로 선거과정에서 말씀드리겠다”고 밝힌 만큼 안 후보의 한반도정책과 통일정책이 나오기를 좀 기다려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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