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박근혜 후보가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데 이어 이번 16일 문재인 후보가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됨으로써 여야의 대선 후보가 확정됐습니다. 장외주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조만간에 대선 출마와 관련한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지만, 일단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의 한반도 구상과 대북정책을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문을 통해 일별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싶습니다.

물론 후보 수락 연설문은 엄밀하게 말해 정책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큼직한 개요와 무엇보다 후보의 의지가 담겨 있기에 나름대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한반도 평화와 동아시아 협력’이라는 소제목 하에 한반도 문제와 구상만을 아주 짧게 다루고 있습니다.

박 후보는 “북한의 도발과 핵 위협, 영토 갈등과 동북아 질서의 재편까지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다”고 정세를 판단하고는 “저 박근혜, 우리의 주권을 훼손하거나 우리의 안위를 위협하는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갑자기 북한을 겨냥하는 듯한 표현을 사용합니다.

그러면서 “하지만 평화유지에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와 동아시아 협력을 위한 새로운 틀을 짜겠다”고는 “그래서 모두가 자유롭고 행복한 한반도, 자랑스런 문화로 사랑받는 품격있는 한반도”를 만들겠다고 다소 구름 잡는 소릴 합니다.

문재인 후보는 ‘평화와 공존의 문’이라는 소제목에서 “분단 극복은 우리 민족의 과제”임을 밝힙니다. 이어 지난 5년간 “민주정부 10년이 공 들여 쌓아온 남북 간의 신뢰가 모두 무너졌다”면서 “6.15, 10.4 선언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선언합니다.

문 후보는 “이제는 평화가 경제”라면서 “남북경제연합을 통해 경제 분야에서부터 통일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하고는 “북한도 함께 발전하는 공동번영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남북번영을 기대합니다.

이에 문 후보는 구체적으로 “대통령에 당선되면 북한에 특사를 보내 취임식에 초청할 것”이고 “임기 첫 해에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힙니다. 아울러 “남북대화와 6자회담을 복원할 것”이고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덧붙입니다.

모두가 자기 당과 자기 처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 후보는 대북정책에 흥미가 없는지, 아니면 무지한지 아무런 메시지도 전해주고 있지 못합니다. 반면에 문 후보는 박 후보보다는 좀 더 진전되고 구체적이긴 하지만 지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때의 범주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분단된 나라의 대통령, 통일을 이루고자 하는 대통령이라면 명확하고 구체적인 한반도 구상과 대북정책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1971년 대선 때 김대중 후보는 4대강국 보장하의 평화통일 등 ‘3단계 통일론’의 단초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파격을 선보였습니다. 물론 지금 시대는 달라졌습니다. 그러나 남북분단이라는 상황은 여전히 똑같습니다. 남은 기간이라도 대선 후보들이 자신의 통일론을 갈고 닦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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