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경협 24년 현안과 전망'을 주제로 30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김천식 통일부 차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한반도 평화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협의 확대는 상당한 진통이 있었다. 특히 북한의 핵개발과 무력 도발은 남북 경협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많이 떨어뜨렸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을 대신해 김천식 차관은 30일 오전 10시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남북경협 24주년 현안과 전망’ 토론회 축사에서 남북경협 중단상태가 지속되고 있는데 대해 ‘북한 탓’을 했다.

김천식 차관은 “우리 관광객이 피살됨으로써 금강산길이 막히고 천안함 폭침으로 사실상 남북 간 경협이 중단된 지금,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경제협력 틀을 구축해 나갈 것을 요구받고 있다”며 “양적 교류 확대에 매진해 왔던 지난 20여년을 차분히 되돌아보고 새로운 남북관계를 위한 기반을 다져나갈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새로운 남북관계는 무엇보다 국민적 합의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면서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확고한 보장을 토대로 남북이 상생공영할 수 있는 경제협력을 지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차관은 특히 “분단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진정한 남북 경제협력의 비전을 실현해 가고자 한다”며 “이러한 구상을 이루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북한이 세계적인 변화의 흐름을 직시하고 ‘좋은 선택’을 하도록 이끌어가는 것 역시 우리가 새로운 남북 경제협력을 통해 이루어야 할 과제”라며 “변화를 위해 용기를 낸 북한이 우리와 힘을 합치고 뜻을 모을 수 있다면 통일 역시 결코 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황부기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오른쪽 끝)이 발제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발제에 나선 황부기 통일부 교류협력국장 역시 “최근에 와서 지속적인 도발 때문에 남북간의 경제협력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두 차례의 핵실험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천안함 폭침 등의 사례를 거론했다.

또한 지금까지의 남북경협의 성과로 경협을 위한 물적.제도적 기반 확충과 북한 주민의 대남인식 전환에 기여한 점을 꼽으면서도 “사실 개성공단을 제외하고 현재 24년 가까운 오랜 기간 동안 경협사업이 추진됐지만 뚜렷한 성공사례를 찾을 수 없다”며 “특히 북한 내륙지역의 민간경협”의 경우 북한의 열악한 인프라와 계약사항 불이행 등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우리민족끼리 식으로 북한은 많이 이야기 하고 있는데, 실제 사업을 추진할 때 ‘남쪽이 양보하라’ 해서 클레임 문제도 북한 쪽이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 이것은 물어줘야 하는데 ‘이걸 뭐 받으려고 하느냐’, 클레임 문제가 대체로 해결이 안 되는 부분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고 말했다. 발제문에는 2009년 중소기업진흥공단의 ‘대북 위탁가공사업 추진현황 보고서’를 인용 62.7%의 업체가 클레임 발생시 그냥 손실을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적시했다.

황부기 국장은 “북한 리스크에 대한 확실한 인식을 갖고 (경협을) 추진하는 것이 좋다”면서 “특히 처음 사업하는 분들이 시행착오 하지 않도록 컨설팅과 정보제공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발제문에는 “5.24조치 이전에 이미 49개 내륙지역 투자사업 중 불과 10여개 내외만이 명맥을 잇고 있었”다며 “교역업체들은 납기지연, 고 물류비, 북한과의 클레임 등을 감수해 왔던 것이 현실”이라고 북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황 국장은 “당국 간 경협은 정부재정이 투입되는 특수성을 우선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고 “서로 상생공영할 수 있는 사업들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 토론회에 참석한 당국자와 민간 경협사업자.연구자의 시각차는 상당히 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그러나 이날 토론을 주최한 박병석 국회부의장은 인사말에서 “남북경협은 지금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정부의 5.24조치 이후 더 이상의 진전을 못한 채 중단된 상태”이고 “그 여파로 남북경협에 투자했던 우리 기업과 국민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으며, 북한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우려스러운 수준으로 심화되고 있다”고 ‘정부’를 겨냥했다.

박병석 부의장은 또한 “최근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6.28 새 경제관리체계’ 선포, 중국과의 경협 확대 등 경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개혁.개방 정책을 모색하고 있는 조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평가했다.

발제자로 나선 이종흥 금강산기업인협의회 수석부회장은 “(금강산관광 중단) 4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현대아산과 금강산지구에 속해있는 기업들의 입장은 한 마디로 참담한 현실”이라며 “강원도 고성까지 피해액을 따져보면 잠재적으로 1조원이 넘는다”고 호소하고 “과연 누구를 위해서 5.24조치가 됐는지 저희는 참담함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정부의 5.24조치를 비판했다.

이종흥 부회장은 “(경협이) 정치적인 판단에 의해서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선경후정’의 원칙을 지키고 있는 중국과 대만의 사례를 들며 “정경분리 원칙도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관광중단 시 정부에서 현대아산을 통해 지원해준 대출금을 수출입은행으로 차주를 변경해줄 것과 북측의 자산을 담보로 인정해 남측 담보를 해지해줄 것 등 구체적 요구를 내놓고 “금강산 지구도 재난지역으로 선포해주길 강력히 원한다”고 말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대표자회의 회장은 “1단계 100만평이 개발완료된 것이 5년 가까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에도 100만평 중에서 60만평 정도의 부지가 빈터로 남아있다”며 “시작 시의 원 계획과는 거리가 먼 상태로 지금 표류 중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기섭 회장은 “북측은 정경이 일체 시 되고 경제가 정치에 예속되다 보니, 실제 공단 안에서 기업 활동을 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은 거의 존중되지 않는 실정”이라며 “작년말 현재 49개 기업이 이익을 내고 73개 기업이 결손을 냈는데, 실제 의미있는 수준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기업이 1/3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정부 들어서 곧바로 핵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계시킴으로 인해 개성공단이 현재와 같은 표류상태로 만드는데 한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 정부는 정치군사적 상황변화에 따라서 변하지 않고 정경분리의 큰 틀에서 한번 정한 정책을 일관되게 끌고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경협과 관련 우리 사회의 진보적 시각과 보수적 시각을 대비시키면서 “기본적으로 남한 정부는 북한의 책임이라고 이야기 하겠지만 과연 남한 정부도 그 책임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느냐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문수 교수는 “5.24조치가 결정적이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데이터를 보면 2008, 2009년부터 남북경협은 상당히 위축되고 있었다”며 “남북관계가 경색됨에 따른 필연적인 현상”이라고 짚었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정부와 기업의 갈등은 뿌리 깊고 골이 깊어지고 있다”며 “남한 당국이 사실상 경협을 중단시킨 것은 차원이 전혀 다른 것”이라고 사실상 정부의 5.24조치를 비판하고 “(경협사업자들이) 남북경협을 할 수만 있으면 빠져나오고 싶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박병석 국회부의장과 심지연 국회입법조사처장을 비롯해 많은 여야 의원들과 경협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박병석 국회부의장과 국회입법조사처가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현 정부 들어 뒷걸음질 친 남북경협의 현주소를 놓고 당국과 민간이 커다란 인식차를 보여 향후 전망 역시 현 정부에서는 함께 찾아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토론회에서 안홍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 심지연 국회입법조사처장,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 의장이 축사를 했으며,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회장과 배종윤 연세대 교수, 이승현 국회입법조사처 박사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또한 민주통합당 김관영, 백재연, 임내현, 임수경, 전정희, 홍익표 의원과 새누리당 김동완, 김상훈 의원, 최요식 금기협 회장과 김영현 현대아산 전무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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