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노수희 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이 판문점에서 남측으로 귀환하자 곧바로 놀라운 광경들이 일어났습니다. 노 부의장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자마자 ‘사복’들이 달려들어 무자비하게 그의 목을 비틀어 제압해 넘어뜨리고는 양팔과 두 다리를 결박하여 짐짝처럼 끌고 간 것입니다.

노 부의장이 판문점을 넘기 직전 북녘에서 갖고 온 꽃다발과 한반도기(통일기)가 현재의 남북관계를 반영하듯 땅바닥에 뒹굴었습니다. 판문점에 환송 나온 북녘동포들이 보는 앞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이후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공안당국이 노 부의장을 온 몸에 포승줄로 묶고 수갑을 채우고 압송한 것입니다. 꼭 이렇게 꽁꽁 묶고 채워야만 했을까요? 인신구속을 해야만 했을까요?

노 부의장은 죄의식 없이 확신에 찬 정치적 신념에 따라 북행을 결행한 확신범입니다. 그리고 제 발로 귀환했습니다. 자수를 한 것입니다. 게다가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반대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고자 한 일종의 사상범이기도 합니다.

확신에 찬 북행과 귀환을 했기에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데도 현장에서 긴급체포를 하는 것은 공권력의 만행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확신범과 사상범을 이렇게 ‘잡범’ 처리하듯 마구잡이로 하는 것은 국가폭력의 한 단면을 보여줄 뿐입니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지난해 ‘희망버스’를 기획하여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등장시켰으며 또한 정리해고에 맞서 고공 크레인 농성을 벌이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땅에 내려오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송경동 시인이 제 발로 경찰서에 들어가 구속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산 정약용의 일화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지금부터 200년 전에 다산은 수사관이자 재판관의 지위를 겸한 곡사도호부사 시절에 엄연히 실정법에 위반하여 1000여명의 군중을 이끌고 관아로 쳐들어와 ‘관장(官長)은 물러가라’고 천지가 진동하게 외쳤던 시위주동자 이계심(李啓心)이라는 사람이 자수하자 포승으로 결박할 필요도 없다면서 맨몸 상태에서 재판하여 너무나 옳고 바른 주장을 했으니 상을 받아야 할 사람이지, 처벌받을 사람이 아니라고 판결하여 무죄석방을 선고한 적이 있습니다.”

이어, 박 이사장이 송 시인을 위해 공안당국에 한 다음과 같은 말은 노 부의장에게도 적용될 것입니다.

“다산이 살아있다면, 아무리 죄가 무겁더라도, 자수한 사람은 도망갈 이유는 없는 것이니 ‘몸은 풀어주고 재판을 받게 하라’고 분명히 소리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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