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대통령이 드디어 칼을 뽑았습니다.

MB는 28일 제91차 라디오연설에서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서 변화를 요구하듯, 선진국 대열에 선 대한민국에서 국내 종북주의자들도 변해야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MB는 “2010년도 천안함 폭침 때도 명확한 과학적 증거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1983년 아웅산 폭탄테러 때처럼) 똑같이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면서 “늘 그래 왔던 북한의 주장도 문제이지만,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우리 내부의 종북세력은 더 큰 문제”라며 이같이 촉구한 것입니다.

이는 비례대표 경선 부정 파문과 관련 통합진보당 구당권파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남측 사회 각 부문에도 ‘종북세력’과 ‘종북주의자들’이 암약하고 있다며 이들을 사정권 안에 가둬 놓은 것이기도 합니다.

최근 검찰이 통합진보당 사태와 관련해 당사를 압수수색하더니 이제는 대통령마저 이념적 용어인 ‘종북’이라는 말을 쓰면서 이념전(理念戰)에 ‘전면적으로’ 개입한 것입니다.

우리는 임기 말에 처한 권력가들의 상투적인 수법을 너무 많이 봐 왔습니다. 공안정국이나 공포 분위기를 조장해 정국을 타개하겠다는 것 말입니다. 그런데 사실과 이념을 같은 것으로 엮다보니 논리에 모순이 생깁니다.

도대체 천안함 사건과 종북세력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냐는 것입니다.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인데도 국민의 절반 이상이 믿지 않는 것이 종북세력의 소행 때문이라는 것입니까? 아울러, MB정부 4년 넘은 지금 남북관계가 파탄난 정도가 아니라 일촉즉발의 전쟁 상황까지 온 것도 종북세력 때문이라는 것입니까?

민간인 불법사찰과 측근비리 등으로 식물처럼 잠자코 있던 MB가 ‘종북세력’이라는 색깔론을 통해 일거에 정국 주도권을 잡고, 나아가 통합진보당에 ‘종북’이란 꼬리표를 영영 달아놓겠다는 의도로 밖에는 달리 볼 수가 없습니다.

그리해서 ‘종북세력’이라는 이념적 용어를 앞세워 천안함 사태와 파탄난 남북관계 등 과거를 합리화하고, 동시에 12월 대선에서의 야권연대를 무산시켜 미래를 선취하겠다는 것입니다.

말년 치고는 꿈이 원대합니다. 분명한 건 역대 어느 권력가도 이 같은 꼼수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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