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호(87)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꾸지뽕나무. [사진 - 정관호]
꾸지뽕나무
뽕나무처럼 생기지도 않은 것이 ‘굳이 뽕나무’를 참칭한다고 성급히 나무라지는 마소이
뽕나무 이파리가 그러하듯이 잎을 찢으면 흰 젖물이 번지고 열매도 자르면 끈적이며 흐르니 그만하여도 뽕나무를 닮아서 제 구실은 하는 셈 아닌가베
요즘 문명병이 자꾸 번져서 신통히 듣는 약방문이 없다지만 이 나무를 잘만 모셔 가면 군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군
그렇다고 산에 떼지어 몰려가서 함부로 파 가서는 안 될 일이지 꼭 써보겠거든 심어 가꾸어서 베어 쓰고 벗겨 쓰면 될 일이여
근자에 입에 오르내리는 인기 나무 그래서 오히려 된서리를 맞는 고마우면서도 측은한 꾸지뽕나무.
▲ 꾸지뽕나무, 수꽃. [사진 - 정관호]
▲ 꾸지뽕나무, 암꽃. [사진 - 정관호]
▲ 꾸지뽕나무, 열매. [사진 - 정관호]
도움말
꾸지뽕나무(또는 구지뽕나무)는 남쪽지방 산에서 자라는 갈잎중간키나무(落葉小喬木)인데 근자에 당뇨병과 고혈압에 특효가 있다고 알려져 갑자기 각광을 받는 나무다. 잎겨드랑이에 가지가 변한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 암수딴그루인데 화사한 꽃을 피우는 것도 아니다. 이파리를 자르면 우유 같은 진액이 번지고 동그란 열매에서도 그런 유액이 나온다. 나무 줄기나 뿌리 껍질, 심지어 이파리나 열매까지도 약효가 있다고 해서 일부 농가에서는 특용작물로 밭에 심어 가꾸기도 하는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