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호(87)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승 마
‘끼멸가리’로 내리 불렸왔으니 민초의 삶 깊숙이 자리한 지는 까마득히 오래 되었나 보다
우리가 잘은 모르고 지낸 사이 조용히 숨어서 널리 퍼뜨린 그 일가붙이가 아주 풍성하다
흔한 꽃기림이 먼저인가 약효 알아냄이 먼저인가 보아서 예쁘고 그 쓰임 귀하도다
논송이 내려앉듯 눈빛승마 어둔밤 밝히려나 촛대승마 막내둥이 곱단이 한라개승마 들
식물끼리 선거라도 치르면 이 족속의 몰표를 이겨낼 만한 종(種)이 또 있을까 싶은 승마풀.
도움말
승마는 숲속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어른 키 높이로 곧게 자라다가, 꽃이 필 즈음에는 위쪽이 비스듬히 휜다. 이파리는 3출엽이고 위에서 갈라진 가지 끝에 흰 꽃이 각각 술 모양으로 피는데, 전체적으로는 원뿔 모양을 이룬다. 뿌리를 약으로 쓰는데 본초명은 승마(升麻)다. 지라(脾臟)와 위를 보하며 계절병(外感)ㆍ설사ㆍ하혈ㆍ탈항(脫肛) 등을 다스리는 데 쓰기도 한다. 뒷가지로 ‘-승마’를 나눠가진 눈개승마ㆍ눈빛승마ㆍ왜승마ㆍ촛대승마ㆍ한라개승마 등도 제각각 약초 구실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