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호(87)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감초, 어린잎. [사진 - 정관호]
감 초
약국에 감초, 약방문에 감초 시쁜 비유로 쓰이는 말이지만 뒤집으면 없어서는 안 될 꼭 있어야 된다는 뜻도 돼
독한 약종들을 어울리게 하여 두루 제 구실들을 다하도록 껴안고 녹여 내고도 끝내 제 단맛을 잃지 않는 본성
약을 짜는 곁에 앉아서 찌꺼기 감초를 골라내서 씹으니 화이부동(和而不同)의 뜻 새기며 알게 되는 영초의 미덕
그 연자주 이삭꽃을 바라보며 저 줄기 뿌리에 갈무리되어 마침내는 노란 속살로 드러날 그 약재의 효용에 생각이 미치니
우리가 비비대며 사는 두레에 저 풀 같은 구실을 하는 어른이 한둘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네 상념의 조약돌 탑을 무어 본다.
▲ 감초, 꽃. [사진 - 정관호]
▲ 감초, 가을. [사진 - 정관호]
도움말
감초는 약용으로 재배하는 여러해살이풀인데 그 뿌리가 한방에서 이르 는 감초(甘草)다. 꽃은 연한 자주색인데, 7~8월 경 잎겨드랑이에 이삭 모양으로 달린다. 그런데 이 땅에서 더러 재배하는 것에 개감초가 있는데, 이는 약용으로 쓰지 않는다고 한다. 감초는 약초로서 여러 효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다른 약초의 약성을 잘 조화시키는 기능이 뚜렷하여 한약 처방에는 꼭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