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류우익 통일장관이 못 참고 말았습니다. 지난 17일 통일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남북기본합의서 20주년 기념학술회의’ 축사에서 류 장관은 “북한당국은 대한민국에 대한 비방과 선전선동을 중단하고 이산가족상봉 등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에 조속히 호응해 나올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북측 당국에 대해 강한 불만을 터트렸습니다. 류 장관의 이 같은 불만 표시의 이유를 모르는 바 아닙니다.

먼저, 북측이 최근 이명박 대통령과 류 장관 자신에 대해 실명 비난한 것과 관련한 반응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류 장관이 북측의 그런 상투적인 비난에 화를 낼 정도로 속이 좁지는 않을 테지요. 무엇보다 최근 남측이 제의한 일련의 대북대화에 대해 북측의 무시하는 듯한 태도에 발끈했을 것입니다. 남측은 지난 7일 북측에 ‘고구려 고분군 산림병충해 방제 관련 실무회담’을 제의한 데 이어 14일 이산가족상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제의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북측은 15일자 한 웹사이트 논평에서 “북침을 위한 예비전쟁인 키 리졸브, 독수리 합동군사연습의 포성이 막 울리려고 하는 이 마당에 ‘회담’이니, ‘상봉’이니 하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하고 되묻는 형식으로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실무접촉을 사실상 거부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지난 2일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 남측 당국에 김정일 국방위원장 ‘대국상’에 대한 사죄 등을 포함한 9개항을 공개질문한 것에 남측이 먼저 대답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물론 사람의 정성과 인내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류 장관이 이 정도의 뱃심과 인내로 북측과 붙으려 했다면 오산입니다. 북측과 대화를 하려면 시쳇말로 참을 인(忍) 자 3개 정도는 지녀야 하고 또 쉽게 꺾이지 않을 이중허리나 삼중허리를 장착해야 합니다. 계속 대북 대화를 제의해야 합니다. 마침 오는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3차 북미 고위급 대화가 남북관계에 순기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더 많은 지극정성을 보여야 합니다. 참으로 ‘머나 먼 유연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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