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10일 중국 선양에서 예정됐던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와 북측위원회의 접촉이 무산됐습니다. 지난 6일 김천식 통일부 차관은 김상근 6.15남측위 대표에게 “6.15남측위의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나 현 남북관계 상황상 정치적 활동은 자제해줄 것”을 당부하며 사실상 불허를 통보했으며, 7일 통일부는 6.15남측위의 실무접촉 신청을 ‘수리거부’했습니다. 당국의 불허 방침에도 6.15남측위가 6.15북측위와의 선양 접촉을 강행하기로 결정해 주목됩니다.

그런데 당국의 거부 이유가 초라합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7일 “6.15남측위와 북측위의 접촉이 의도하지 않게 정치적으로 변질해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며 거부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6.15공동선언의 이행 문제는 당국 간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남북 간 민간 교류를 ‘정치적 교류’로 보면서, 당국 대화가 재개된 이후에야 승인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민간 교류의 역사와 본질을 모르는 무지의 소치이거나 아니면 민간 교류를 아예 인정하지 않겠다는 도둑의 심보입니다.

민간이 민족의 화해와 신뢰회복을 위해 만나면 ‘민족 교류’로 되는 것이지 그 무슨 ‘정치적 교류’가 되겠습니까? 또한 당국이 민간 교류를 좌지우지하거나 종속시키려는 것도 문제입니다. 대북 접촉 ‘창구 단일화’라는 헌칼을 써서야 되겠습니까? 무엇보다 역사적 교훈은 당국 간 교류가 단절되었을 때 민간 교류가 물꼬를 터줬음을 보여줍니다. 남북관계가 경색돼 있던 2005년, 남측 정부대표단은 민간이 깔아준 6.15통일대축전 평양행사에 참가했다가 당시 정동영 통일장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전격 면담을 통해 단번에 남북관계를 회복한 사례도 있습니다.

류우익 통일장관은 줄곧 북측에 당국 대화를 하자며 이를 위해 유연성을 발휘하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습니다. 지금 그 유연성을 발휘할 대목이 바로 민간 차원의 대북 접촉을 허용하는 일입니다. 이는 ‘민간 교류’라는 저비용으로 ‘당국 교류’라는 고효율을 산출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민간 교류가 활성화되면 상호 신뢰가 쌓이면서 당국이 개입하거나 교류할 수 있는 틈도 생길 것입니다. 그런데 민간 교류를 불허하다니요. 이 정도의 유연성도 발휘하지 못할 정도라면 그까짓 ‘유연성’은 아예 집어치우는 게 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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