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올 가을 러시아를 방문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연내 김 위원장의 외교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12일 낮 방북중인 남측 언론사 대표단과의 대화도중 연내 서울 의사를 묻는 질문에 `나는 이번 가을에 러시아를 갑니다. 푸틴이 간절히 원해서...블라디보스톡 (연해)주지사가 푸틴 대통령과 중국 주석, 또 나를 초청해서 큰 미팅을 하고 꼭 연설 한마디씩만 해달라고 해서 가겠다고 약속을 해주었다`고 밝혔다.

이미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19-20일 평양에서 가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방러 초청을 받고 이를 수락, 방러 시기만 조율이 남은 상태였다.

그는 예브게니 나즈드라첸코 연해주 지사가 9월 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주관할 예정인 `평화의 날` 행사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내비쳐 이르면 9월 중에 극동이나 모스크바를 방문할 것임을 시사했다.

정부 당국자는 그러나 `백남순(白南淳) 북한 외무상이 오는 9월이나 10월께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고 이 때 김 위원장의 방러문제가 협의될 가능성이 있다`며 `따라서 김 위원장이 밝힌 방러 시기는 다소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푸틴 대통령이 유엔 밀레니엄 총회 참석을 위해 9월 초 모스크바를 떠나 일본을 방문하기로 돼 있어 김 위원장의 조기 방러는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푸틴 대통령이 일본과 미국 방문을 마치는 9월 말이나 10월, 혹은 11월초 정도면 러시아 방문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현실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 김 위원장의 방러를 추진한다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는 설명을 곁들여 9월 초 방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이로 미뤄보면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시드니 올림픽 참가, 유엔 밀레니엄 총회 참가 등이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한편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실현되면 주변 4강 가운데 수교가 없는 미국, 일본을 제외하고 90년대 이전까지 동맹관계를 유지했던 중국과 러시아를 모두 방문하게 되는 셈이다.

즉 지난 5월 극비 방중을 통해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과 회담한데 이어 러시아를 방문할 경우 94년 김일성 전 주석 사후 중단된 북한의 정상외교의 틀을 새 천년을 맞아 복구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연합(2000/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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