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위원장은 2008년 건강 이상 이후 회복세를 보였지만, 최근 3차례 중국 방문을 비롯해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현지지도를 강행하는 등 육체적으로 무리가 따랐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뇌졸중 경력이 있고 지병이 있는 김 위원장이 강성대국 입문을 위해 건재함을 과시하려 무리한 현지지도를 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북측 언론이 보도한 ‘김정일 장군님의 질병과 서거원인에 대한 의학적 결론서’는 “강성국가건설을 위한 초강도 강행군의 나날에 겹쌓인 정신육체적 과로로 하여 주체100(2011)년 12월 17일 달리는 야전열차 안에서 중증급성 심근경색이 발생되고 심한 심장성 쇼크가 합병되었다”며 “김정일 장군님께서는 심장 및 뇌혈관 질병으로 오랜 기간 치료를 받아오시였다”고 사망원인을 공개했다.
‘김정은 후계체제’ 성공할까?
당장 김 위원장 서거로 김 위원장의 유일지도체제로 움직여온 북한 내부의 권력 향방에 눈길이 쏠리고 있으며, 대체로 ‘김정은 후계체제’의 안착 여부가 관심거리다.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 사망 특별보도에서 “오늘 우리 혁명의 진두에는 주체혁명위업의 위대한 계승자이시며 우리 당과 군대와 인민의 탁월한 령도자이신 김정은동지께서 서계신다”며 “김정은동지의 령도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개척하시고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승리에로 이끌어오신 주체의 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빛나게 계승완성해나갈 수 있는 결정적담보로 된다”고 분명히 밝혔다.
또한 국가장의위원회는 ‘김정은 동지’를 맨 앞에 내세우고 김영남, 최영림, 리영호 순으로 직책없이 232명의 장의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부터 발표에 이르는 이틀간 북한 핵심부에서는 김정은 부위원장의 후계체제를 공식화한 셈이다.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는 “김정은 부위원장에게 ‘계승자’라고 호칭한 것으로 봐서 김정은 부위원장 중심으로 빠르게 후계체제를 영도체제로 정상화하는 과정을 진행할 것”이라며 “2009년부터 김정일 위원장이 진행해온 대내외 노선, 즉 ‘3대 유훈’ 관철을 전면적으로 계승하는 형태로 나올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2009년부터 내세운 고 김일성 주석의 3대 유훈은 경제재건, 한반도비핵화와 평화협정, 남북관계 진전과 통일지향이다.
양무진 교수는 “북한이 지난 1년 동안 후계체제 작업을 충실히 해왔고, 중국과 러사아로부터 지지와 협조 받았기 때문에 군사 쿠데타나 민중 봉기 가능성은 낮다”고 전제하고 “김정은 부위원장이 나이가 어리고 위기국면 돌파 능력이 검증이 안된 상태이기 때문에 과도체제로 당.군.정 중심의 집단지도체제로 운용하다 1년 정도 지나면 김정은 중심의 유일체제가 들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익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붕괴는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중국이 북한 체제의 안정을 위해 강력히 지원할 수 있다”며 “외교적, 경제적 지원이 더 강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 교수는 “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에는 ‘고난의 행군’ 시기였던데 비해 북한의 내부 사정은 지금이 훨씬 낫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체제 안정화 수준에 비해 김정은 부위원장의 후계체제는 훨씬 준비가 덜 돼 있다”고 평가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당장 내부 혼란에 빠지기 보다는 내부적으로는 김정은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집단지도체제 형식으로 비상국면을 관리한 뒤 김정은 유일체제로 자리잡아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 부위원장이 '계승자'로 공식화 되고, 장례위원의 맨 앞자리에 등장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김정은 부위원장의 유일지도체제가 지금부터 가동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아직 김정은 위원장이 나이가 어리고 국정 경험이 많지 않아, 집단지도체제가 예상되며, 이 과정에서 돌발 변수들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강화된 중국의 영향력에 주목하는 경우도 있다.
남북.북미관계 향방은?
또 하나의 주요한 관심거리는 김정일 위원장의 급서로 추진 중인 3차 북미회담을 비롯해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이다.
당장 22일로 예상되는 3차 북미회담은 일단 잠정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는 장례기간만 끝나면 대외관계가 영향을 받지 않지만 북한은 특수체제”라며 “미국이 김정일 이후 지도체제가 나름대로 사전조치를 이행할 수 있을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고 누구와 상대할지 탐색기간도 필요해 북미관계도 조금 미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창현 교수는 “94년에도 제네바기본합의서가 타결됐듯이 북미회담은 몇 달이 지나면 재개될 것”이라며 “장례기간은 설정하기 나름이지만 지난번처럼 3년상을 치르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고 내년 3월경에는 재개될 것”이라고 점쳤다.
중국은 최고위급의 조의 표명은 물론 내년 4월 김 주석 탄생 100주년인 4.15태양절 행사에 최고위급 사절단을 보내면서 북중우호를 대내외에 확고히 보여줌으로써 북한의 안정화에 버팀목 역할을 자임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는 최근 이렇다할 진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당분간 소강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능성은 낮지만 북한의 위기상황을 부추길 목적으로 남측 정부가 북측을 자극하고 나서거나, 북측이 내부 위기국면 탈출을 위해 대외적 긴장조성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정부, '94년 교훈'에서 무얼 배워야 하나?
김정일 위원장의 급서 소식을 접한 정부는 19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했으며, 군 당국은 비상경계태세에 들어가 데프콘과 워치콘 상향조정을 검토 중이다. 외교통상부는 전 재외공관에 대해 비상대기 체제에 돌입했고, 통일부는 비상대책반과 상황실을 가동했다.
김종대 <디펜스 21+> 편집장은 “국상(國喪) 국면에서는 북한도 군사적으로 안정 관리국면으로 들어갈 것”이라며 “군사적인 행동은 내부동요 금지가 일차적이고 남측을 향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평소보다 군사적 대비태세를 강화하겠지만 일체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군사행동은 안 할 것”이라며 “서해에 북한 경비정이 내려오거나 장사정포의 위치를 변동하거나, 동계 기동훈련도 필수적인 것이 아니면 중단시킬 가능성 높다”고 전망했다.
홍익표 교수는 “정부는 될 수 있으면 로키(low-key)로 냉정하게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94년에 불필요한 조문 논란으로 우리 사회가 분열됐던 경험에서 교훈을 찾아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하는 언행이나 행위를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민주통합당은 국회 차원의 논의를 위해 외교통상통일위원회와 국방위, 정보위, 행안위 등 관련 상임위 개최를 요구했으며, 한나라당도 관련 상임위 개최에는 긍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위원장의 급서가 북한 내부는 물론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등 한반도 정세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은 북한의 내부 수습과정을 지켜보면서 차분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2보,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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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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