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연평도. 국방부는 연평도 포격전 1년을 맞아 육.해.공군이 참여하는 대규모 도발대비훈련을 실시했다.

특히, 이날 훈련은 적의 도발 원점과 지휘소 및 지원세력까지 타격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게다가 더 놀라운 것은 '지휘소'가 '평양'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훈련은 김관진 국방장관의 지휘서신에서 이미 암시됐다.

김관진 장관은 18일자 지휘서신에서 "우리 군은 지난 1년 동안 적개심을 불태우며 절치부심해 왔다", "침과대적의 결의를 더욱 굳게 다져야 할 것" 등 다소 호전적인 내용을 쏟아냈다.

그리고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지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의지가 있어야 하고 희생이 따르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며 "합동전력을 총 동원하여 도발원점은 물론 지원세력까지도 응징해야 한다"고 말해 전쟁에 임하는 장수의 일성, 그 자체였다.

"북한 정권은 우리의 적, 대북 호전광 드러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군대는 '평화'라는 개념을 상실했다. 그리고 불도저로 상징되는 '이명박 정부'의 스타일에 맞게 군대도 '무모한 도전'을 서슴치 않았다.

10년간 쌓아온 남북간의 신뢰구축은 천안함, 연평도 사건을 거치며 무너졌다. 그리고 울고 싶었는데 뺨을 때려줘 고맙다는 듯 북한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며 살기를 드러냈다.

'2010 국방백서'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남북의 피아 구분을 명확히 했다.

3대세습 반대의 구호도 모자라 북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얼굴을 사격 표적지에 등장시켰다. 게다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부자도 표적지에 그려넣으며 총을 쏘게 했다.

과거 북한군이 미군을 표적지 삼아 사격훈련을 하는 모습을 가리키며 '호전광' 취급하던 이들이 스스로 '광기어린 호전성'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대북 호전적 광기, 구타유발형 자살군대 육성"

이들의 대북 호전적 광기는 김관진 장관이 취임하면서 '전투형 군대 육성'의 구호와 함께 군기잡기와 손잡았다.

일반 장병들은 시험을 통해 상병, 병장으로 진급할 수밖에 없어 군대의 특성인 '전우애'는 사라지고 '경쟁'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자유분방한 신세대들임을 감안하면 군대에서의 경쟁은 구타와 가혹행위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양산했다.

결국 지난 7월 해병대 2사단에서 4명이 사망한 총기 난사사건이 발생했다. 뒤이어 해병대에서 자살이 이어졌다. '전투형 군대 육성'이 '구타유발형 자살군대 육성'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유명 연예인인 현빈 씨가 해병대에 입대했다며 대통령까지 나서서 싱글벙글했지만 '빛좋은 개살구'의 속을 알지 못했다. 그러면서 일부 병사들의 문제, 신세대 장병들의 정신상태로 치부해버렸다. 군대에 대한 개념을 상실한 것이다.

오죽하면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전쟁의 위험을 알고 총의 유해성을 알고 있는 사람이 평화도 지킬 수 있는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왔으랴.

적을 물리치기 위한 전투를 강조하는 군대에게 총싸움보다 대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은 어쩌면 쉬울 수있다. 군에서도 존경하는 인물로 '서희'를 꼽는 것만 봐도 알 수 있기에 희망은 보인다. '서희'는 거란이 고려를 침입했을 때 칼이 아닌 말로 물리친 인물이다.

"자기역사 부정, 구데타 욕망 드러내다"

그러나 이명박 시대에서 군대를 개념있는 군대로 바꾸기 위한 희망이 일장춘몽으로 전락하는 것은 군 스스로가 자기 역사를 부정하고 나서면서이다.

지난 8월 국방부는 '한국사 교과서 집필기준 개정에 대한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역사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5.16구데타에서 '구데타' 용어를 빼가며 "군의 부정적 측면만 부각시킴으로써 국군의 위상과 명예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5.18민주화운동에 대해서도 군대의 잔학성이 부각되어 있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자신들의 뿌리 부정을 넘어 오히려 민주화 시대에 구데타를 일으키고 싶다는 욕망을 드러내는 선을 넘은 개념을 상실한 무모한 도전을 감행한 것이라 봐도 무리는 아니다.

물론 군의 자기 역사부정을 차치하고서라도 대북 적대관을 중심에 둔 호전광의 모습이 용서받을 기회가 있었다.

지난 2월 남북군사실무회담이 열린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이틀에 걸쳐 마라톤 회의를 통해 남북 군사회담의 빛을 발할 기회를 가졌다.

그러나 이 기회마저도 군 당국이 의도했든 아니든 회담 내용을 우리 식대로 알리면서 남측 언론들은 '북의 저자세', '마음이 급하다'는 식으로 보도해 북측을 자극, 결국 결렬됐다.

군이 대화의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는 무능력도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2012년, 개념상실 군대의 모습이 흥미롭다"

2011년을 마무리하며 군은 더 놀라운 일을 벌였다. 김관진 장관이 지휘서신에서 절치부심하며 1년을 준비했다는 목소리가 무의미하게도 지난 6일 합참이 실시한 불시 적 침투 훈련을 실시했지만 창끝부대라는 전방부대는 적을 섬멸하지 못했다.

2011년 이명박 시대 군대는 개념을 상실하고 능력도 없이 무모한 도전을 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2012년이 다가온다.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이 있어 한국사회의 정치적 격변기를 예고하고 있다.

이명박 시대 평화의 개념을 상실하고 적만 무찌르겠다며 무식하게 군기만 잡던 군대, '정치군대'라는 아픔을 거부하면서도 보수정권의 입맛에 따라 자기 역사마저 부정하려든 군대.

2012년 군대가 어떠한 모습으로 바뀔지 흥미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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