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류우익 장관, 현인택 전 장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28일 “류우익 장관의 ‘유연성’을 지켜본 북측이 최근 류우익 장관의 중국방문을 통해 5.24조치에 변화가 없다고 판단했고, 특히 이번 서해 군사훈련을 보면서 현 정부와의 대화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은 류우익 장관이 현인택 전 장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을 내린 것 같다”며 “류 장관이 현인택 전 장관이 5.24조치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던 사업들을 실행하는 수준을 넘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 방문 시 류 장관이 5.24조치의 원칙을 견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만 아니라 중국 고위 인사들에게 탈북자 문제를 강력히 거론한 것도 북측의 심기를 건드렸을 것이라는 것이라는 해석도 덧붙였다.
그는 “유연성이란 우리 정부가 유연성을 발휘하거나 북측이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유인책을 제공하는 것인데 전혀 구체적 대안이 없음이 확인된 셈”이라고 평했다.
다른 전문가는 28일 “북측 통전부 김양건, 원동연 라인을 대신해 베이징에 나와 있는 새로운 라인에서 남북 장관급회담 개최를 위한 대남 제안을 던졌지만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며 “남북 양측이 계속 자신들이 원하는 가이드 라인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받기 어려운 제안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 전문가는 “결국 남측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인정과 사과를 북쪽에서 해야만 5.24조치를 풀 수 있고 식량과 달러가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고, 북측은 천안함 사건은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입장이어서 더 이상 절충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천안함 사건에 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자신들은 관계없는 사안이라고 분명하게 밝힌 사안이기 때문에 북측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사과할 가능성은 없다고 짚었다.
이 전문가는 “통상 해외에 나와 있는 북측 인사들은 12월 10일 전후해 연말 ‘총화’를 위해 귀국하는데 대남 담당 북측 라인들도 마냥 남측의 제안을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내년 2월까지는 최종 시한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봤다.
그러나 정부의 한 당국자는 “과거 청와대 습격사건인 1.21사태에 대해서도 북측이 나중에 일부 맹동분자들의 소행이라며 사과한 적이 있다”며 “결국 북한이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해 사과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북측의 사과 가능성에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
연평도 1주년, 북 ‘청와대 불바다’ 경고
북측이 협상에서 철수하게 만든 결정적 계기는 역시 연평도 포격전 1주년을 맞아 23일 서해상에서 실시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비롯한 일련의 ‘정치.군사적 행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찾아 북한의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했고, 한.미 양국은 ‘한.미 공동국지도발 대비계획’ 작성 지시문서인 ‘한.미 공동 국지도발 대비계획 지시’에 서명했다.
북측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는 24일 보도를 통해 “선불질을 해온 도발자들에 대한 정정당당한 자위적조치였다”면서 “단 한발의 총포탄이라고 떨어진다면 연평도의 그 불바다가 ‘청와대’의 불바다로, ‘청와대’의 불바다가 역적패당의 본거지를 송두리채 없애버리는 불바다로 타번지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통한 소식통은 “류우익 장관의 한계보다 북측이 돌아서게 만든 결정적 계기는 서해 군사훈련”이라며 “남측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내년 3월 핵안보정상회담 시까지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통일부 당국자는 28일 “저쪽에서 상식을 벗어난 이야기를 가끔 하는데 일희일비하지는 않되 짚을 것은 짚어나가자는 생각 정도를 가지고 있다”면서 “의도라든지 추세라든지를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고만 말했다. “저쪽이 수사적으로 나올 때도 있고, 그렇지만 예를 들면 개성공단 도로하는데 저쪽이 호응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동향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당국자는 “‘청와대 불바다’는 좋지 않은 메시지임에는 틀림없다”며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판단을 유보했다.
북미대화.6자회담도 지지부진
한편 남북관계 개선을 압박할만한 외부적 여건도 생각만큼 강력하지 못한 상황 역시 남북관계가 지지부진하다 끝내 결실을 맺지 못한 원인으로 꼽힌다.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실제 미국의 현지 분위기는 엄청난 경제문제에 직면해 있고, 오바마 대통령 재선 문제가 걸려 있어서 북핵문제가 큰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며 “북미대화나 6자회담이 강력하게 추진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외교통상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18일 “발리 한.미.일 3자 협의에서는 기본적으로 공이 북한 코트에 넘어가 있고 북한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성의 보여야 한다, 그래야 6자회담 재개된다는 데 인식 일치 있었다”면서 “먼저 북한이 UEP(우라늄 농축프로그램) 중단 조치를 취해야 되고,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들어가서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금은 약간 관망기로 남북이 서로가 서로를 압박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남북이 대결국면을 지속하느냐 대화국면으로 전환하느냐는 연말연초 북미관계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북미 간에 접점을 못 찾으면 상당히 긴장국면이 고조될 것이고 강성대국 입문기간인 내년 2월 16일부터 4월 15일 이전인 2월초가 시간상 데드라인이 될 것”이라며 “그때까지 접점을 못 찾으면 틀림없이 보다 발전된 UEP를 공개할 것이고 그것도 안하면 3월 핵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거리 미사일 발사시험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최근 언론보도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역도’로 지칭하고 나온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북한의 생존과 발전 전략상으로 보면 남한과 반드시 평화 번영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전제하고 “현재와 같은 한반도 상황이 앞으로 1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백 위원은 “북미 직접대화는 계속되겠지만 극적인 돌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인지가 현실적인 변수”라며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서 극적 돌파가 일어나기 어렵고, 남북관계에서는 북한이 먼저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전반적으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돌파구가 열리기가 쉽지 않다는 평가가 중론인 가운데 북측이 ‘현 정부와 대화 불가능’ 판단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져 귀추가 주목된다.
김치관 기자
ckkim@tongil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