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일 “임기 중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꼭 만나야 한다는 원칙은 없으며, 정치적인 목적만으로 김 위원장을 만날 의사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3일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정상회담은 남북 간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오는 데 구체적으로 기여할 수 있어야 하고, 경제협력도 진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만나는 것이 필요하다면 회담을 가질 준비가 돼 있다”고 여지를 남겼습니다. 오락가락하지만, 이 대통령의 발언 요지는 김 위원장을 꼭 만날 필요는 없지만 만약에 만난다면 정치적 목적이 아닌 경제협력 차원에서 만나겠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남북 정상이 만난다면 통일문제를 비롯한 근본문제와, 경협문제 등 현안을 다뤄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불필요하게 이것저것 구별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남북정상회담을 꼭 하겠다고 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사실상 ‘정상회담 무용론’을 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 현안인 6자회담 재개와 관련, 이 대통령은 “현재까지 6자회담은 평양에 시간을 벌게만 해줬을 뿐”이라며 “현재 남북한 사이에, 그리고 미국과의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 북한의 진정성이 검증된다면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남북 비핵화 회담(7월 발리, 9월 베이징)과 북미 고위급 회담(7월 뉴욕, 10월 제네바)이 각각 두 차례씩 열렸습니다. 이제 세 번째 회담도 앞두고 있습니다. 대화가 진행 중에 있는데, 판에 박힌 ‘진정성’ 타령은 또 무엇입니까?

남북정상회담이나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한 이 대통령의 발언은 한마디로 의지박약이거나 상황 파악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도, 자신감도 없어 보입니다. 물론 이 대통령의 현 처지를 모르는 바 아닙니다. 국내에서는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 국민적 지지가 떨어졌으며 북측으로부터도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남북대화를 통해 어려움을 타개해야 하는데, 오히려 “북을 만날 필요가 없다”고 자극이나 하니... 이 말은 거꾸로 북측이 남측에 하고픈 말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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