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10일 오전 10시 여성단체들이 미국대사관 인근 KT 앞에서 주한미군의 여학생 성폭행 사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의 사과와 한.미 소파(SOFA, 주둔군지위협정) 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회를 맡은 최진미 전국여성연대 집행위원장 “만일 이 두 가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전 국민적인 촛불을 통해서, 2002년 미선이 효순이 사건 때처럼 전 국민의 공분을 통해서 이 사건을 해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의 사진에 경고의 뜻으로 ‘촛불 스티커’를 부착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20여명의 참가자들은 여혜숙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대표와 류은숙 서울여성회 회장이 함께 낭독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 여성단체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주한미군 성폭력 범죄에 대해 철저한 대책이 수립되기를 바란다”면서 4가지 요구사항을 제기했다.
한국연성단체연합 등 25개의 여성단체는 먼저 오바마 대통령이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으며, 한미 당국은 불평등한 한미SOFA를 개정하기 위해 당장 협상에 착수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라”며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주권국가의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피해자의 인권이 보호받아야 한다며 “수사과정, 재판과정에서 피해자가 2차, 3차 가해를 받지 않도록 경찰과 언론, 지역 시민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단체들은 미국측의 ‘유감표명, 한국민에게 사과, 긴밀한 협조’ 약속에 대해 “한.미 FTA 비준이 임박한 시기에 개최되는 10월 14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치어 숨진 두 여중생 사건처럼 한국에서 반미감정이 폭발할 것을 염려한 이례적인 조치라고 풀이된다”고 평가절하했다.
규탄발언에 나선 백수민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는 “우선 초동수사의 미흡한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처음 경찰은 그 범행 현장의 CCTV만 수거했을 뿐이라고 한다. 그 사건 이틀 후에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백수민 활동가는 “피해자의 인권이 더욱 걱정된다. 정부의 미흡한 대처 동안에 사건에 대한 추측성 기사와 피해자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의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미군은 여성폭력과 아동폭력에 대해서 그들이 지금 추구하고 있는 ‘무관용(Zero Tolerance) 정책’에 입각해 더욱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수윤 회장은 “현재는 미약하지만 경기북부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들이 대책위를 꾸려서 미군범죄, 가장 취약한 여성과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에 직접 나서려고 준비모임을 하고 있다”며 “의정부, 동두천, 양주, 포천 이런 경기북부지역에 있는 미군들과 항상 맞닿아 있는 여성들이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적으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강실 상임대표는 “내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미 대사관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하고 오후 6시부터 7시까지 촛불문화제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미국 백악관 앞 피켓시위와의 연계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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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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