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창당 기념일인 10월 10일을 앞두고 9일 오후부터 각 언론매체들이 일제히 북한의 성문란 기사를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쏟아내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아마 10일자 아침 신문에서 더 키워진 낯뜨거운 북한 성문란 기사를 접하며 한 주를 시작하게 될 것 같다.

정체도 불분명한 ‘대북 소식통’의 전언을 한두 매체도 아니고 거의 모든 매체가 기정사실화 해서 똑같이 보도하는 것을 보면 이 대북 소식통이 누굴까는 금세 유추될 수밖에 없다. 모든 매체가 한꺼번에 익명의 소식통으로부터 똑같은 정보를 받아서 그 정보를 철썩 같이 믿고 기사화 할 수 있는 곳이 도대체 대한민국에 어디 있겠는가?

이명박 정부 초기에 통일부를 해체하겠다는 구상에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하며 극력 반대했고, 통일 분야를 취재하는 <통일뉴스> 기자로서 당연히 반대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그것도 지내놓고 보니 생각이 짧았던 모양이다.

통일부가 해체되지 않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반통일부’로 지탄받아온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각 언론사의 통일부 출입기자들도 고스란히 살아남았으니, 이 기자들은 남북관계가 단절돼 기사거리가 없는 상황에서도 매일 기사를 짜내어 써야하는 불행이 시작된 것이다.

‘대북 소식통’이니 ‘최근 탈북자’니 ‘북한 내부 소식통’ 같은 정체도 알 수 없는 소식통들을 출처로 한 기사들이 난무하고, 겉으로는 북한인권을 내세우면서 ‘탈북자 장사’를 하는 브로커들의 또 다른 돈벌이 수단으로 흘러나오는 기상천외한 기사들이 버젓이 지면과 인터넷, 방송 공간을 누비고 있다.

통일부 출입기자들은 이같은 정보들이 불분명함을 알면서도 기사거리가 없어 데스크로부터 ‘다른 매체는 쓰는데 너는 왜 쓰지 않느냐’는 닦달에 못 이겨 도리 없이 베껴쓰기를 해야 하고, 시간이 흐르자 하나의 당연한 관행으로 자리잡게 된 느낌마저 든다.

남북관계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없으니 전문성 있는 기자들이 굳이 통일부를 지켜야할 이유도 사라지고, 말 잘 듣는 젊은 기자만으로도 ‘대북 소식통’ 기사는 충분히 커버 가능한 상황이 굳어지게 되고 만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최근 <통일뉴스>가 보도한 북한의 향후 10년간의 경제개발 계획이 담긴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대풍그룹)이 작성한 ‘경제개발 중점분야(2010∼2020)’ 문건에 대해서는 약속이나 한 듯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이 같은 폐해의 또다른 단면이 아닌가 생각돼 씁쓸하다.

탈북자단체들이 10일 임진각에서 대북전단을 날리고, 대북 소식통이 전하는 북한의 성문란 기사가 판치는 남측과 ‘진정성’있는 대화를 모색해야 하는 북측의 처지도 역지사지 해보면 참으로 답답할 법 하다.

아예 북한에 대해 쌍욕을 해대든, 무너지기를 고사지내든, 무너뜨리기 위해 도발행위로 나서든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하는 탈북단체만도 못한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정보를 흘리는 집단에게는 남북간에 ‘진정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사치스러워 보일 것 같다.

올해 6월에 보도된 인민보안성출판사가 2009년에 발간한 『법투쟁부문 일군들을 위한 참고서』는 북한도 사람사는 사회고 다양한 범죄들이 있다는 것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물론 남한도 사람사는 사회고 그에 못지않은 범죄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북한의 성문란에 대해 오랫동안 북한을 취재해온 기자도 잘 알지 못하지만, 일정 정도 그같은 사실이 있을 것임은 불문가지이다. 그러나 ‘대북 소식통’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감추어 가면서 남의 잔치날에 갑자기 요란하게 떠들어대는 집단의 ‘저의’와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대서특필하는 언론사들의 의도는 삼척동자라도 확실히 알만하다.

그들에게 가장 유효한 성경구절은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는 대목일 것이지만 그보다 먼저 ‘대북 소식통’의 이름 뒤에 숨어 남의 잔칫날에 재뿌리는데 골몰하는 치졸함과 비겁함을 버리라는 경고를 주고 싶다. 

남과 북은 일찌기 노태우 정부시절인 1991년 채택한  남북기본합의서에서부터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키로 했으며, 내정 불간섭과 비방.중상 금지, 파괴.전복 행위 금지에 합의했고, 아무리 지금 '6.15통일시대'가 뒷걸음질 치고 있다 하더라도 하나 될 우리 민족의 미래는 비켜갈 수 없는 우리의 운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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