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김 국방위원장은 12일 평양시 중구 목란관에서 방북중인 남측 언론사 대표단과 가진 오찬 대화에서 서울 답방 일정이 아직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아 어렵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김 국방위원장은 `언제쯤 서울을 방문할 계획이냐`는 방문단의 질문에 `적절한 시기에 답방하겠습니다. 빨리 해야 될 텐데...`라고 말끝을 흐려 서울 방문 일정이 아직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방문단이 재차 `금년 안으로 서울을 방문 하느냐`고 묻자 김 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청으로 올 가을 러시아를 먼저 방문한다`고 말해 사실상 올해 안 서울 답방이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나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빚을 졌기 때문에 서울을 가야 합니다`고 말해 서울 방문을 결코 포기할 생각이 없음을 강력히 내 비췄다.

그의 서울 답방 문제는 현재 국방위원회와 외무성이 주무부서로 관련 일정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 답방에 앞서 러시아를 방문하려는 것은 과거 전통적 혈맹국가였던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이 남북 관계개선 보다 급선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90년대 동구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붕괴되기 직전까지 러시아는 정치. 경제적으로 가장 막강한 대북 후원자이자 협력국가였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평양을 방문(7.19-20),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서 ▲양국간 친선 및 협조관계의 확인 ▲침략 위험시 지체 없는 상호접촉 ▲경제협력 정상화 및 산업분야의 협력강화 ▲국제적 범죄 및 테러 방지를 위한 상호협정 등 11개 항의 `조-러 공동선언문`을 채택, 발표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 한반도에서 상실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관측됐다.

이런 맥락에서 김 국방위원장의 올 가을 러시아 방문 역시 제2차 조.러 정상회담을 통해 한.소 수교(90.9)로 소원해진 양국관계를 이전 상태로 복원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북한은 김 국방위원장으로 방러를 통해 50억-60억 달러에 달하는 대러 채무의 탕감을 요구하는 한편 경제활동에 필요한 원유와 코크스, 공장.기업소 가동에 필요한 수리 부속품 지원을 요청 할 것으로 예측된다.

북한은 지난 50-70년대 소련으로부터 김책제철소, 승리화학공장, 흥남비료공장 등 70여개의 대규모 공장 건립을 지원 받아 가동해 왔으나 소련이 붕괴되면서 수리부속품을 공급받지 못해 공장 가동률이 30% 이하로 급락하는 등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연합(2000/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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