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호(86)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물질경이. [사진 - 정관호]
물질경이
전에는 무논에서 천덕꾸러기 김 신세 여지없이 호미 세례를 받더니
지금은 웅덩이에서 그 세이파리 꽃이 필 때면 카메라 세례를 받기 바쁘다
가래 보풀 등 옛친구 사이에서 이제는 어엿한 꽃식구 대접
수면 아래 잠긴 이파리는 갈색으로 얼룩일 뿐 영락없는 질경이인데
뭍에 남은 질경이는 발에 밟히고 물에 든 물질경이는 귀하신 몸
선택을 잘해서 상전벽해 오래는 살고 볼 일이다.
▲ 물질경이. [사진 - 정관호]
도움말
물질경이는 논이나 연못 가장자리에서 자라는 한두해살이풀인데, 물속에 잠긴 그 이파리가 질경이 잎을 닮았대서 이런 이름을 가졌다. 모진 더위가 고개를 숙일 무렵인 8~9월에 뿌리에서 솟은 꽃줄기(花梗) 끝에 연분홍색 꽃이 한 송이 달린다. 꽃이파리는 수초 무리에 공통되듯 세 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