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첫 삽을 뜬 경의선 철도 복원공사가는 남북간 인적·물적 교류의 확대에 기여함은 물론 군사적 신뢰구축의 토대로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 당국이 합의한 바에 따라 문산-장단 구간을 내년 9월까지 복원하기 위해서는 이 구간내에 수많이 매설되어 있는 지뢰제거 작업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남북한 군당국간의 상호 의사소통과 실질적인 협력을 필요로 하는 문제이다. 또한 철도와 도로 건설과정에 군 인력이 동원될 것으로 보여 이 과정에서 남북한간 군사적 신뢰구축의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철도와 도로 공사 과정에서 국방부와 군의 주도로 24만평 규모 부지의 지뢰 제거 작업과 노반 공사를 병행할 것이라 밝혔다. 지뢰제거는 가급적 오는 11월 이전까지 모두 마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점은 북한 군당국의 상응한 태도를 전제로 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경의선 철도 복원후 군사분계선에 공동역을 설치할지, 남북이 각각 역사를 운영할지와 열차 운영방식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업추진 방향 수립을 위해 추후 남북한 당국간 실무협의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남북한이 합의한 경의선 철도복원 및 문산-개성간 도로개설 공사 구간은 현행 정전협정하에서 유엔군 사령부의 관할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일을 위해서는 유엔군 사령부, 사실상 미군당국의 `양해`가 필수불가결하다. 정전협정 제1조 7항은 군정위의 특정한 허가없이는 군인, 민간인이 군사분계선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8항에서는 유엔군사령관의 허가없이 DMZ 이남지역 출입도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국방부는 지난 8일 <경의선 철도 및 도로 연결 국방부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국방부와 유엔사간의 긴밀한 협조체제 구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태 국방장관은 토머스 슈워츠 유엔군사령관에 보낸 19일 서한에서 "경의선 및 도로 개설 사업 추진과 관련해 유엔사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슈워츠 사령관도 21일 답신을 통해 "남북화해 사업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노력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국방부측은 유엔군사령관이 우리측의 공사 계획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했고, 협조하겠다는 약속 자체가 `허가`한 것이나 같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방부와 유엔사는 김국헌 준장과 마이클 던 소장간 상시 실무협의 채널을 마련, △공사 경계 목적의 출입인원 통보 절차, △공사 인원 식별, 보호대책, △DMZ일대 남북한 공동구역 통제, 관리 방안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남북한의 경의선 복원 및 도로복구 공사는 유엔군사령부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국제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위에서 본 것처럼 이에 대해 유엔군사령부가 양해하고 협력을 한다면, 이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것은 물론 남북간 군사적 신뢰구축에 크게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뢰제거 및 공사현장에 군병력의 동원 과정은 곧 남북 군 당국간 상호 접촉을 통한 인적 신뢰 형성과 실무적 협력의 경험을 쌓음으로써 오해와 불신의 골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이 과정에서 현재 가동이 중단된 기본합의서상의 군사공동위원회의 재가동이나 군 고위당국자간 정기 회담, 또는 적어도 군사 직통전화 개설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전망은 현실적 근거를 갖고 있다. 북한 인민무력부 김일철 부장은 예상과 달리 제주도에서 국방장관급회담을 하자고 제안하였다. 이것은 남북관계 개선에 가장 신중한 것으로 보였던 군당국이 적극적 자세로 전환하였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제주회담에서 북한군 당국이 제의한 의제가 경의선 철도 복원 작업과 관련한 양측 군당국간의 협력방안인 것도 이것이 남북한간 군사적 신뢰구축의 토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미국 등 주변국의 대한반도정책이 급격한 변화가 없고, 야당을 포함하여 남한내 대북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논의가 안정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충족되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서보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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