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남북비핵화 회담이 진행되고 그 이후 북미 대화가 진행되면서 한반도에는 다시 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물론 대화의 바람 맞은 편에서는 대화를 거부하는 대결의 맞바람 역시 불고 있다.

대화의 바람이 향하는 것은 평화이다. 대결의 바람이 향하는 것은 전쟁이다. 결국 한반도는 ‘전쟁이냐 평화냐’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바마 정부가 남북 비핵화회담을 MB에게 종용하고 남북 비핵화회담이 끝나자마자 김계관을 뉴욕에 초청하는 등 북미대화에 착수하는 것은 그동안 추진해왔던 ‘전략적 관리론’에서 탈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00년 북미 평화프로세스의 입안자 중에 하나였던 웬디 셔먼 전 대북정책 조정관을 미국무부 정무차관에 내정한 것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물론 이를 반대하는 ‘미국 내 대결세력’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성김 주한미대사 지명자에 대한 인준이 공화당 의원의 반대로 보류되고, 웬디 셔먼 정무차관 인준 역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반발 움직임이 전략적 관리론에서 탈피하려는 오바마 행정부의 의지를 꺾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번 북미 대화에서 양국은 사상 재미동포 이산가족 서신교환에 합의했다. 그리고 미국은 북측에 한국전 전사자 유해발굴 재개를 위한 회담을 제의하기도 했다. 북미 대화 반대파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 할 수 있다.

‘미국 내 대결세력’ 못지않게 ‘남측 내 대결세력’ 역시 최근 움직임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현재 청와대 내에서는 대북정책 전환을 둘러싸고 찬반 양론이 격돌하는 양상이다. 이미 여러 차례 고위관계자라는 이름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대북정책 전환 입장을 밝히고 대북강경파인 현인택 통일부장관이나 김태효 전략비서관을 교체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최근 천안함과 무관하게 남-북-러 가스관을 추진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물론 대화파에 대한 반발이 있다. 8월 11일 여권 관계자라는 이름으로 “레이건이 소련에 했던 것처럼 국력을 더욱 키워 북한이 스스로 협상테이블에 나오도록 할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레이건 행정부의 역할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즉 “광복절 (대북) 유화메시지는 없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청와대 관계자가 아니라 여권 관계자라는 것이다. ‘남측 내 대결세력’들이 여권 관계자를 앞세워 맞바람을 놓고 있는 것은 청와대 인사가 직접 맞바람을 놓기는 힘들다는 것을 반증한다. 청와대는 ‘대화냐 대결이냐’에서 이미 대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듯 보이는 이유이다.

남측에서는 북측의 포사격에 대응 사격을 했다고 주장하고, 북측에서는 발파작업 소리에 남측이 군사대응을 했다고 주장하는 ‘연평도 포사격 미스터리’ 역시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에서 검토가능하다. 최근의 대화 기류에 못마땅한 ‘대결 세력’들이 일으킨 ‘조작된 군사적 긴장’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미국의 반응이다. 남북 사이에 포가 ‘오가는’ 상황에 대해 미 국무부는 브리핑에서 “이미 상황은 끝났다”고 세 차례나 반복하면서 남북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남의 주장이 옳건 북의 주장이 옳건 상관없이 미국은 포가 ‘오가는’ 상황을 우려하고 포가 ‘오가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남북 대화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미국은 남북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어 6자회담 재개 프로세스에 지장을 받는 것을 심히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가세한 것도 유의할 대목이다. 최근 방한한 그는 연일 남북 정상회담, 대북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대결 vs 대화’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상황 속에서 무게 중심은 대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다.

* 이 글은 새세상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주간통일동향 [통일돋보기 79호]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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