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7개월여 만에 재개된 뉴욕 북미회담이 지난달 28, 29일(현지시각) 이틀째 회동을 끝으로 일단락됐습니다. 공동성명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파탄난 것도 아닙니다. 29일 회담 후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회담은 매우 건설적이고 실무적이었다”고 말했으며,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이번 대화는 건설적이고 실무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두 대표의 워딩이 비슷합니다. ‘건설적이고 실무적’이란 외교적 수사는 성과를 끌어내기 위해 실질적인 협의를 했다는 뜻으로 상대편의 입장을 충분히 확인했다는 긍정적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첫째가는 관심은 양국이 무슨 내용을 주고받았냐는 것입니다. 김 부상은 “어제와 오늘에 걸쳐 보즈워스 선생과 상호 관심사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보즈워스 대표는 보다 구체적입니다. 그는 “북한에 대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면 회담재개나 미국과의 관계개선, 지역 안정화의 길은 열려있다고 말했다”면서 “이번 대화는 북한이 구체적이고 불가역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할 의지가 있는지를 탐색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밝혔습니다. 양국은 상호 관심사를 모두 논의하되, 특히 미국은 ‘선 비핵화 조치, 후 6자회담 재개’를, 북측은 ‘6자회담 내에서의 비핵화와 평화협정 문제’를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양측이 할 얘기를 다 했는데도 판이 깨지지 않았다면 실패한 회담은 아닌 듯싶습니다.

따라서 뒤이어 가는 관심은 후속회담의 여부입니다. 이번 회담은 합의된 것도 결렬된 것도 없지만 후속 회담은 예약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 부상은 “앞으로 계속 연계해 나가겠다”고 말했으며, 보즈워스 대표도 “회담 진전을 위해 다음 단계로는 한국을 포함한 다른 6자회담 당사국들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다음 회담을 의식한 발언입니다. 이로써 분명해진 건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그 동안의 ‘전략적 인내’에서 ‘(제한적) 관여’로 전환됐다는 점입니다.

이번 뉴욕 북미회담의 정확한 위상은 ‘남북회담→북미회담→6자회담’이라는 6자회담 재개 3단계 방안 중에서 두 번째 단계였습니다. 1, 2단계가 진행됐다고 해서 바로 6자회담이 재개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향후 관심사는 6자회담 재개를 둘러싸고 6자회담 참가국들 사이에서 여러 형태의 대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특히 남북대화와 북미대화의 병행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남한을 제외하고 미국과의 후속회담에 집중할 공산이 큽니다. 문제는 남한이 기존의 대북정책을 갖고 북한과 대화에 임할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남한의 ‘대결주의적’ 대북정책이 기로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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