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있어 왔습니다. 한반도 정세도 정체상태에서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얼어붙은 한반도 정세에서 물꼬를 틀 수 있는 주요 고리는 남북대화입니다. 지금 남북관계 복원의 유일한 끈은 6자회담 재개 속에서의 남북대화임이 분명합니다. 다시 말해 ‘6자회담 남북 수석대표 회동 -> 북.미대화 ->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지는 3단계 접근법에서 그 첫 번째 수순입니다. 마침 그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가 오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23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의 남북 접촉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남측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북측 박의춘 외무상 간의 회동 여부입니다. 양측이 접촉한다면 이는 매우 커다란 의미가 있습니다. 그간의 남북관계를 본다면 하나의 사건일 수도 있습니다. 미국, 중국 등 6자회담 관련국들이 보는 앞에서 사실상 남북 최초의 장관급 접촉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남북관계 복원을 알리는 동시에 6자회담 재개의 신호탄이 될 정도로 무게를 가질 것입니다.

마침 미국 등의 남북대화 요구 압박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아사히신문 21일자에 따르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4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김성환 장관에게 남북대화 재개가 우선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23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북한과 접촉하라고 강하게 재촉했습니다. 또한 20일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위성락 6자회담 수석대표에게 ARF에서 남북 접촉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이번에 남북 회동이 이뤄지지 않으면 ‘3단계 접근법’의 동력이 현저히 떨어져 6자회담 재개는 하세월이 될 것입니다. 남측이 이미 한반도 비핵화와 천안함․연평도 문제를 분리했기에 남북 접촉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마침 북측도 23일 ARF에서 핵 문제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남는 것은 남측의 선제적 의지입니다. 다행히도 김성환 장관이 발리행(行)에 나서면서 박의춘 외무상과의 회동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고 하니 천재일우의 심정으로 기대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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