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호(86)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백서향. [사진 - 정관호]
백서향
남도에 사는 친구를 찾아갔다가 그 고을 뒷산에서 백서향이 핀 것을 보았소
꽃도 꽃이려니와 그윽한 그 향에 취하여 돌아오기가 망설여졌소
집에까지도 그 향기가 묻어왔는지 아니면 천 리 상거인데 예까지 그 내음이 번지는지 잠을 못 이루고 설치었소
그 꽃을 한 번 더 보고 싶어 상사병이 났더랬소
아니 보고는 일상의 일이 손에 안 잡히겠기에 다시 찾아 떠났더랬소
친구는 아니 만나고 산부터 먼저 올랐더랬소
그새 누군가가 뿌리째 캐 가고 여향만 진동하더이다.
▲ 백서향, 꽃 생김새. [사진제공-송지영]
▲ 서향. [사진 - 정관호]
도움말
백서향이란 이름의 바탕나무 ‘서향’은 그 향기가 짙어 서향(瑞香)이라는 이름을 가졌고 천리향(千里香)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서향은 붉자주색 꽃을 피우는데, 백서향은 흰 꽃을 피우는 게 다르다. 늘푸른좀나무로 이 땅 남부지방에서 자라며 암수딴그루이다. 봄 일찍 꽃필 때 짙은 향기를 뿜는다. 잎 가장자리에 노란 무늬가 있는 종은 따로 ‘무늬서향’이라 분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