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호(86)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돌단풍. [사진 - 정관호]
돌단풍
개울 물이 내려오다가 소가 되어 고인 언저리에서 이 들꽃을 처음 보았네라
물기 축축한 바위 틈서리에 낙엽이 밀려 쌓인 갈피에 서로 마주 부르듯이 피었더라
해를 안고 가다가 문득 역광 속에 윤곽만 반짝이는 그 잎차례 꽃차례의 황홀함
오늘이 무슨 날인가 내 발길이 어이하여 이리로 이 물줄기로 들어섰던가
금강산 팔선녀가 내려왔나 그렇다면 나는 나무꾼 저만치 노루가 뛰노는구나
이 그윽한 산 맑은 계곡에 그 아니면 어울리는 것이 없을 그런 자태로 피어 있던 돌단풍.
▲ 돌단풍, 드러난 뿌리와 새순. [사진 - 정관호]
▲ 돌단풍, 꽃. [사진 - 정관호]
▲ 돌단풍, 꽃 생김새. [사진 - 정관호]
도움말
돌단풍은 산골짜기 개울가 바위 틈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인데, 그 이파리가 단풍잎을 닮았대서 붙여진 이름이다. 별칭 ‘돌나리’라고도 할 만큼 돌과 친분이 두터운 풀꽃이다. 굵은 뿌리가 바위 틈을 비집고 뻗는데, 이른 봄 새순은 붉은색을 띠기도 한다. 4월 꽃철이 되면 높이 솟은 꽃대 끝에 여러 우산모양의 흰 꽃이 어울려 이삭을 이루며 핀다. 추위에 강하고 꽃이 아름다워서 요즘은 조경용으로 많이들 심는다. 어린 잎은 먹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