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을 알고 있음에도 문제를 못 푸는 것만큼 어리석은 게 없습니다. 지금 천안함 문제가 한반도 관련 모든 사안을 풀 주요 고리로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이 일어나자 한반도 위기 지수가 급격히 상승됐습니다. 남북만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에 있어서도 한반도 정세는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그러기에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줄 6자회담 재개문제가 급부상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던 참에 올해 들어 6자회담 재개의 선행 고리로 남북관계 개선이 등장했습니다. 여전히 남북 간에 천안함 사건의 그림자가 짙게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1월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에 앞서 “진정성 있고 건설적인 남북대화가 필수적”이라고 못박았습니다. 이번 달 11일에 중국은 우다웨이-김계관 회담 직후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북미대화-6자회담 재개’로 이어지는 보다 발전되고 정교한 3단계 구상을 공개적으로 제안했습니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남북대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천안함 문제가 걸림돌로 우뚝 서있습니다. 남측은 남북대화와 6자회담 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측의 사과를 요구해 왔습니다. 그간 남측은 천안함 사건을 북측이 도발했다고 하고 북측은 무관함을 주장해 왔으며, 유엔과 국제사회는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기에 남측이 계속 천안함 사건을 전제조건으로 걸고 있다면 6자회담은 하세월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그 부정적 결과는 고스란히 남측이 뒤집어 쓸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한미 간에 천안함 문제에 대해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18일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사과를 해야만 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남측에서도 여러 입장이 혼재돼 나오지만 ‘천안함 사건이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은 아니지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라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항로에 암초가 있으면 우회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만큼 6자회담 재개가 절실해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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