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준 (세새상연구소 연구위원)

역시나였다. 3월 1일 3.1절 경축사에서 나온 대북발언에 대해 필자는 아래와 같이 쓴 바 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변화할 것인가.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은 아직 이르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의 3.1절 경축사가 진지하게 대북정책을 검토한 과정에서 나왔는지 아니면 상황 악화 우려에 대한 일시적 반응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략>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민족문제와 평화통일에 대한 철학의 없다보니 시류에 이끌려 이럴 땐 이런 발언, 저럴 땐 저런 발언을 내뱉는 격이었다.<통일돋보기65호>

4월 1일 동남권 신공항 문제에 대한 특별 기자회견에서 MB는 남북정상회담 전망을 묻는 질문에 대해 "(북한이) 저질러놓은 일에 대해 사과표시를 해야 한다. 그게 있어야 다음 단계로 가지, 저지르고 협박하고 공격하고 살상하고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서 '우리 만나서 이야기하자' 이건 진정성 없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진정성이 있으면 천안함과 연평도에 대해 진정한 자세로 대답해야 한다. 진전이 있고 해결이 된다는 걸 전제로 해서 육자회담도 열려야 한다. 정상회담 말할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3월 1일 MB는 천안함을 언급하지 않았다. ‘사과’라는 표현도 ‘책임있는 행동’으로 대체되었다. 한반도 긴장완화라는 더 커다란 목표를 위해 천안함을 우회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러나 정확하게 한 달 만인 4월 1일 3.1절 경축사 발언은 180도 뒤집혔고, ‘선 천안함 후 남북관계·6자회담’이 부활했다.

MB는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기자회견이 동남권 신공항 사업을 백지화한데 따라 비등하는 영남권의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기획된 것이다. 따라서 이 기자회견에서 나온 대북관련 발언은 명백히 보수층을 겨냥한 정치적 발언이다.

정치적 발언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다. 정치인이라면 모든 발언은 정치적 판단 하에서 나와야 하기 때문이며 그것은 정상적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정치적 판단이 수시로 바뀐다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여론에 따라 정반대의 정치적 발언이 수시로 바뀐다면 그것은 문제이다.

기자회견장에서 MB는 “최종목표는 한반도의 평화이고 번영이다”라고 단언했다. “남북이 진정한 평화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답은 분명하다. 천안함을 ‘전술적’으로 우회하는 것이다.

“줄 것 다주고도 북한은 핵무기를 만들고 (다른 무력도발을) 다했다”라는 식의 발언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목표로 하는 정치인으로서 할 수 없는 발언이다. 의도에서건, 결과에서건 그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발언이다.

정치를 잘하는 사람이 정치적 발언을 남발한다면 그것은 바람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를 못하는 사람이 정치적 발언을 남발한다면 그것은 불행한 사태를 부르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현재 대단히 불행하다.

* 이 글은 새세상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주간통일동향 [통일돋보기 68호]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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