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은 29일 경기도 문산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백두산 화산과 관련한 전문가회의를 갖고 그 공동연구 필요성에 공감했습니다. 아울러 차기 일정과 관련해서는 북측이 4월 초에 회의를 다시 갖자고 제의했고 남측은 검토 후 빠른 시일 내에 답변을 주기로 했습니다. 일정을 즉석에서 바로 잡지는 못했지만 추후 협의해서 정하기로 한 것입니다. 다음 회의를 이어갈 모멘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요즘은 남북이 만나면 그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다음 만남을 담보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 됩니다. 사실 이번 백두산 화산과 관련한 전문가회의는 그 지속가능성이 충분히 점쳐졌습니다. 무엇보다 민간 차원의 학술적 만남인 만큼 남북 간 첨예한 사안인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전을 비켜갈 수 있을 테니까요.

북측은 이번 회의를 제기한 만큼 꽤 신경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백두산 현지 남북공동조사 의사를 내비쳤으며 또한 백두산 화산 문제와 관련해 상당한 자료를 축적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남측 수석대표인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가 “남측 과학자들이 전혀 접근할 수 없었던 지역의 훌륭한 자료를 (북측이)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거기에 대해 알게 됐다”고 뒷받침해 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남측이 망설일 필요가 없습니다. 혹여 민간 차원의 이 만남이 당국의 정치적 견해로 중단되거나 왜곡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지금과 같은 남북관계에서는 그 진전을 위해서 풀 한 포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입니다. 마침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29일 정책자문위원회 전체회의 발언을 통해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다”며 “비록 어려운 가운데 있지만 전문가 협의라도 착실히 전개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민간 차원의 백두산 화산 남북 회의가 지속되고, 그 과정에서 대화 분위기가 조성돼 여러 형태의 당국 간 회담으로 나아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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