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밭 ‘초록모루’ 이곳에서는 동물들이 돌아다니면서 풀을 먹도록 하고 그 동물들의 배설물들이 다시 차밭의 거름이 되도록 하는 순환구조를 이루도록 운영한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기자]

녹차하면 보성녹차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제주녹차도 그 이상으로 유명함을 자랑합니다. 제주는 대한민국 최남단의 차재배지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첫 잎을 딴다는 장점에다 전체 녹차 재배 면적은 전국의 4.9%에 불과하지만 생산량의 24%를 차지할 정도로 품질이 우수함을 자랑합니다.

지난해 5월 있었던 제17회 대한민국 ‘올해의 명차’ 품평회에서는 중국의 황산, 일본의 후지산과 더불어 세계 3대 차(茶) 재배 적지로 꼽히는 청정 제주에서 생산된 제주녹차가 국내 유수의 녹차들을 제치고 최고의 명품으로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청정 제주녹차가 명품차로서 인정받게 된 것은 최적의 기후조건과 기상여건이 있었기 때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차를 재배하기에 가장 좋은 기후조건은 연평균 기온 14~16도, 연강수량 1,300mm 이상인데 제주는 연평균 15도에 연강수량 1,800mm 이상으로 적합한 기후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무암질로 된 토양은 물과 공기가 뿌리까지 잘 전달되며 깨끗한 제주 화산 암반수로 샤워하는 녹차 잎은 맑고 깨끗함을 더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흔히 차밭을 보고 녹차 밭이라고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녹차나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차나무 잎을 가지고 녹차도 만들고 발효차도 만드는 것입니다. 녹차는 발효시키지 않은 찻잎을 사용해서 만든 차이며 발효한 것은 발효차입니다. 차는 제조과정에서의 발효 여부에 따라 녹차·홍차·우롱차로 나뉩니다. 5월·7월·8월의 3차례에 걸쳐 새로 돋은 가지에서 어린잎을 따는데, 5월에 딴 것이 가장 좋은 차라고 합니다. 녹차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딴 잎을 즉시 가열, 산화효소를 파괴시켜 녹색을 그대로 유지하는 동시에 수분을 증발시켜 잎을 흐늘흐늘하게 말기 좋은 상태로 말리는 것입니다. 차 잎은 예민해 잡냄새가 섞여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서 덖어야합니다.

제주 茶(차)의 역사는 1840년 유배 온 추사 김정희 선생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제주에서도 유명한 ‘오설록 박물관’이 있는 서광다원은 국내 차밭 중에서 가장 넓고 시원한 풍경을 연출할 뿐만 아니라 추사 김정희 선생이 유배 생활 중 초의선사에게 차를 받아 유배의 외로움을 달래고, 학문적으로 많은 저술을 했던 유적지로 유명합니다.

다음은 김정희 선생이 지은 한시로 그가 차를 얼마나 좋아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靜坐處茶半香草
妙用時水流化開

고요히 앉았노라면 차가 한창 익어 향기가 나기 시작하는 듯하고
신묘한 작용이 일어날 때는 물이 흐르고 꽃이 열리는 듯하네.

일반인들에게는 대기업이 운영을 해서 그런지 ‘오설록 박물관’이 잘 알려져 있는데요, 제주에서 만난 또 다른 차밭 ‘초록모루’의 운영방식이 와 닿아 이곳에 소개해 봅니다.

제주시 회천동 번영로 변에는 비닐하우스를 개조한 2층 높이의 건물과 8천여평의 차밭이 있는데요, 그곳은 다른 녹차 밭들과 달리 닭, 오리, 염소 등 동물들이 밭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방문을 해서 동물들을 많이 보진 못했지만 날씨가 따뜻할 때 오면 토끼, 양, 돼지들까지 돌아다닌다고 합니다.

녹차는 어린잎을 바로 따서 먹는 것이기 때문에 농약을 치면 안 돼 대표적인 친환경, 유기농 음료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곳을 운영하는 분들은 드넓은 차밭을 운영하는데 있어 늘 깨끗하게 잡초를 제거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합니다. 때문에 이곳에서는 동물들이 돌아다니면서 풀을 먹도록 하고 동물들의 배설물들이 다시 차밭의 거름이 되도록 하는 순환구조를 이루도록 운영을 한다고 합니다.

이곳은 3년 전 처음 개설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차를 생산, 아직 많이 알려져 있지 않고 회원제로 차나무 한 줄 씩을 분양해 운영을 한다고 합니다. 아직까지 모든 차나무들이 분양되지 않아 계속 회원들을 모집을 하고 있는 중이며 분양받은 나무들은 회원들이 직접 차 잎도 따주는 등 관리를 해야 하며 직접 덖는 체험도 할 수 있다 합니다. 꼭 제주에서 살며 차나무를 분양받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가서 3000원만 내면 무한 리필을 하며 고급 차들을 마실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동물들과 함께 좋은 차를 생산해내는 상생의 공간으로, 진정 따뜻한 곳이었습니다. 제주를 방문하신다면 너무 유명해서 관광객들이 몰려다니는 ‘오설록’보다는 유기농생태농업을 하는 ‘초록모루’를 한 번 방문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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