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관호(86)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바람꽃
바람을 몰고와서 바람꽃인가
바람을 타고와서 바람꽃인가
봄바람과 더불어 찾아오는 풀꽃
금방 땅을 뚫고나와 키는 나지막
작은 떨기로 가녀린 이파리
꽃도 하늘하늘 하얀 다섯 가닥
정작에 ‘바람꽃’은 추운 데서 살고
그 이름을 나누어가진 형제들이
남녘 땅 산야에서 흩어져 지낸다
눈에 많이 뜨이는 꿩의바람꽃
꽃대가 홑이라고 홀아비바람꽃
꽃대가 쌍이라고 쌍둥이바람꽃
각각 그 고향 이름을 얹어서
변산바람꽃에 만주바람꽃
덩달아서 나도바람꽃 너도바람꽃
꽃을 달고 있는 동안이 짧아서
잠시 잠깐 보인다 싶다가
어느덧 풀숲에서 자취를 감춘다
내일 다시 볼 수 있으려나
기약조차 못하겠는 바람개비
삶이 짧다고 서두는 바람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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