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우도에 가면 우도지방에서 생산되는 땅콩이 있습니다. 길쭉한 일반적인 땅콩에 비해 작고 동글동글한 모양인데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강합니다. 작아서 껍질을 일일이 까기 힘들진 않을까하는 걱정은 붙들어 매도 좋습니다. 우도땅콩은 껍질째 먹어도 괜찮으니까요.

바람과 물이 고이지 않는 척박한 땅에서 자란 우도 땅콩은 부드러운 해풍의 영향으로 크기가 작고 조직이 부드러운 것이라고 합니다.
현재 우도지역 땅콩 재배면적은 142ha로 대부분 생땅콩, 알땅콩, 볶음땅콩으로만 가공돼 판매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도땅콩은 우뭇가사리와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품농수산물로 집중 육성됩니다. 제주의 2대 특산물인 이들은 농식품부 향토산업육성 지원대상으로 선정돼 3년 동안 60억원이 투자될 것입니다.
우도땅콩의 명품화를 통해 최근에는 순금물을 뿌려 재배해 1㎏당 최대 13.1마이크로그램(㎍, 100만분의 1그램)의 금이 함유된 황금땅콩이 재배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우도 땅콩이 함유된 땅콩 아이스크림을 개발해 우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특산품으로 판매한다고 하니 이제 우도를 다녀오시는 분들은 땅콩아이스크림을 꼭 드셔 봐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한편 땅콩은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남미지방이 원산지이며 중국에는 명나라말엽에,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1780년을 전후해 들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1766년에 간행된 <증보산림경제>를 비롯 이전의 책들에서는 땅콩에 대한 언급이나 기록이 전혀 보이지 않지만 1780년경에 씌여진 이덕무가 쓴 <양엽기>에는 낙화생의 모양에 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덕무는 여기서 땅콩을 불렀고 낙화생의 모양은 누에와 비슷하다고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이덕무가 언급한 낙화생이라는 말은 꽃이 떨어져야 산다는 뜻으로서 땅콩의 꽃을 땅에 묻어줘야 그곳에서 땅콩이 열린다고 합니다. 때문에 예전엔 땅콩을 낙화생이라고 불렀습니다.
땅콩은 장생(長生)과로서 많이 먹으면 나이보다 젊어지며, 정력이 세지고 장생하고 강건해진다고 합니다. 그만큼 그 효능 또한 뛰어난데요, 땅콩은 지방 함량이 44~56%, 단백질이 22~30%로 양질의 지방과 단백질원입니다. 지방도 체내의 콜레스테롤을 제거해주는 불포화지방이라 건강에 좋습니다. 체내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다보니 심장병 등 각종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줍니다.
또한 땅콩에는 토코페롤이라고 불리는 비타민E가 다량 함유돼 피부미용이나 노화방지에 도움을 줍니다. 특히 땅콩은 글리세믹 지수가 낮기 때문에 섭취 후에 혈당이 급상승 되지 않도록 막아줘 당뇨병 환자들에게 좋은 영양간식이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땅콩은 변비예방, 숙취방지, 피로회복 등 다양한 기능성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니 그야말로 작은 보양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땅콩의 껍질을 벗겨 드시는데요, 땅콩의 속껍질에는 떫은맛을 내는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이라는 폴리페놀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는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합니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껍질째 먹는 것이 좋습니다.
버려지는 땅콩 뿌리에도 항암, 항산화 효능이 있는 레스베라트롤과 간 보호 효과가 탁월한 ‘트리터펜(Triterpene)’류 2종 등 인체에 유용한 고농도 생리활성 물질이 함유돼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이를 분리, 농축해 식의약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연구가 기대됩니다.
한방에서도 땅콩은 기침을 멈추고, 혈액을 만들어 주며, 젖이 나오도록 하고, 비장을 건실하게, 위를 튼튼하게, 폐를 윤기 있게 해준다고 합니다.
또한 땅콩에는 지혈작용이 있어서 혈우병, 여성의 출혈성 질환, 혈소판감소자반병, 수술 후 출혈 등에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이런 영양 만점인 땅콩을 맥주와 함께 먹는 분들도 많으신데요, 그러나 맥주의 찬성분과 땅콩의 지방이 만나면서 설사를 유발해 그리 어울리는 음식은 아니라고 합니다.
땅콩은 작지만 매섭게 남북관계를 긴장시킨 적이 있습니다.
지난 2006년 9월 17일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금강산의 북측 초병에게 땅콩을 주려다가 불필요한 접촉을 가졌다는 이유로 북측의 조사를 받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금강산 관광지구에서는 관광객들과 북측의 초병과 불필요한 접촉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 남북 간의 합의규정에 있었는데 이를 어긴 것입니다.
결국 북측은 남측으로부터 재발방지 약속 등을 사과 받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한 것으로 끝났지만 당시 큰 이슈가 된 사건이었습니다.
차 의원은 나름 순수한 의도(?)로 고생하고 있는 초병에게 아이스크림과 땅콩을 건네주려고 한 것일지 모르지만 바꿔놓고 생각을 하면 우리 군인도 삼엄한 근무 중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누가 주는 것을 먹을 수 있을까요?
게다가 나의 순수한 생각을 갖고 접근을 한다고 해도 다른 이에게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접시와 목이 긴 병에 서로 음식을 대접했다는 여우와 두루미 우화에서도 알 수 있듯 말이죠. 지금도 남북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내 뜻대로만 하면 정말 잘해주겠다, 이게 너희에게도 좋은 것이라고 강요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