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호(86)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고로쇠나무. [사진 - 정관호]
고로쇠나무
일어나려고 붙잡은 나무 가지가 부러지고 그 꺾인 자국에서 듣는 물을 마시고 앉은뱅이가 활개치며 걷게 되었다
나제(羅濟) 간 싸움에서 상처를 입고 기진맥진 쓰러진 백제 무사 하나가 화살이 박힌 나무에서 흐르는 물을 핥았더니 씻은듯이 피가 멎고 기력을 되찾았다
이 설화들의 주인공 고로쇠나무 본디 그 수액이 뼈를 이롭게 한다고 고리수(骨利樹)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곡우절 무렵이면 한창 물이 올라 산촌 사람들은 다투어 그 물을 받는구나
계통으로는 단풍나무 무리에 드는데 남도 산에서 숲을 이루며 많이 자라 봄이면 그 수액을 받아 마시려고 산 들머리 골짜기에 큰 장이 서는구나
우산고로쇠나 만주고로쇠 따위 이웃 종(種)의 형제나무들과 더불어 가을이면 고운 단풍을 덤으로 보이면서 우리에게 큰 혜택을 베푸는 나무 고로쇠.
▲ 고로쇠나무, 가을에 물든 모양. [사진 - 정관호]
▲ 우산고로쇠나무. [사진 - 정관호]
▲ 만주고로쇠나무. [사진 - 정관호]
▲ 거제수나무, 수피. [사진 - 정관호]
도움말
고로쇠나무는 당풍나무 무리에 드는 큰키나무로 높이 20미터 정도까지 자란다. 뼈에 이롭다는 고리수. 지금 하마 그 수액(樹液)을 받기 시작했을 터이다. 전에는 곡우절(穀雨節) 무렵이 한창이었는데, 요즘 들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전남 백운산 옥룡골이나 지리산 남쪽 골짜기에 가면 그 옛날 수간(樹幹)에 상채기를 내어 수액을 받던 자국들을 만져볼 수 있다. 가을에 노랗게 물드는 정경도 일품이다. 남도 지방에서는 이 나무 말고 거제수나무에서도 수액을 받으며, 우산고로쇠나무ㆍ만주고로쇠나무 들은 가까운 형제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