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과 동시에 일본인이 경영하던 감귤원을 인수했으나 기술부족과 비료 및 농약 등의 자재를 확보할 수 없었으며 해방 이후에는 4·3항쟁과 한국전쟁 등으로 상황은 더욱 나빠져 생활터전을 잃은 제주도 농민들은 감귤재배에 관심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휴전이 되고 점차 안정이 되면서 과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일본에서 수입이 되지 못하면서 감귤은 비싼 값에 팔리고 그러다보니 1950년대 말부터는 농민들은 감귤을 많이 재배하기 시작합니다.

1960년도에 감귤협동조합이 결성되었으며 1958년부터 시험사업도 시작됐고 재배지역도 제주도 전역으로 확대됐습니다. 특히 1964년부터는 농어민 소득증대 특별사업으로 정부지원에 의해 급속히 늘었으나 여전히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감귤 덕에 1960~1970년대 감귤나무는 ‘대학나무’라 불릴 만큼 제주 농민들에게 높은 소득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계속되는 재배면적의 확대에 따라 1999년에는 2만5823ha에 63만 톤 이상이 생산돼 우리나라의 제1의 과수로 자리 잡을 정도로 과잉 생산되고 1993년 UR협상이 타결, 1995년부터 오렌지수입이 허용되고 1997년에 오렌지 농축액이 전면 수입 개방되는 등 외국산 농산물 수입 등으로 그 명성은 빛을 잃고 있습니다.

감귤은 그 맛과 향뿐 아니라 약재로까지 이용이 될 만큼 그 효능이 뛰어난 과일인데요, 잘 알려졌다시피 감귤은 비타민C 외에 비타민P가 풍부해 피로회복과 감기예방, 모세혈관 보호 등에 도움을 줍니다.

또한 일본 농림수산성 과수연구소 등에서는 감귤에 함유된 기능성 성분 가운데 β클립토키산틴에 항암작용이 있어 암 예방 및 치료에 좋고, 치매예방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으며 우리나라 농촌진흥청 등에서는 감귤이 비만과 콜레스테롤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감귤은 껍질까지 그야말로 버릴게 없어 예로부터 감귤 껍질은 ‘진피’ 또는 ‘귤피’라고 해서 한약재로 사용하거나 잘 말린 후 겨우내 차로 이용했습니다.

특히 감귤 껍질에는 고지혈증을 억제하는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들어 있어 비만을 막고 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 다이어트에 도움을 줍니다.

이 외에도 감귤 껍질 안쪽의 흰 부분과 알맹이를 싸고 있는 속껍질을 일일이 까서 버리시는 분들이 있는데 속껍질에도 대장 운동을 원활히 하도록 돕고, 변비를 예방하며 지방의 체내 흡수를 막아주는 식이섬유인 펙틴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감귤껍질을 그냥 먹으면 안 됩니다. 대부분의 과일이 그렇지만 수확과 유통의 편의를 위해 감귤은 80% 정도 익었을 때 수확을 합니다. 수확 직후의 귤은 신맛이 강한데 이런 귤들은 상온에서 5일 정도 두면 단맛이 강해집니다. 그러니까 수확 후 유통에 걸리는 시간을 5일 정도로 감안한 것인데 귤을 따놓고 5일 정도가 흐르면 껍질의 수분이 없어져 시들해 보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외면을 한다고 합니다. 때문에 상인들이 최대한 유통기한을 늘이기 위해 왁스코팅을 해 감귤껍질이 반질반질 윤이 나는 것입니다.

껍질이 말라도 알맹이의 맛의 변화는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의식만 바뀐다면 충분히 익힌 훨씬 맛있는 감귤을 먹을 수 있고 또 껍질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인데 안타깝습니다.

한편 감귤도 아닌 것이 오렌지도 아닌 ‘한라봉’은 1972년 일본 농립성 과수시험장에서 교배해 육성한 귤나무 품종으로 청견과 폰깡의 교잡종입니다. 우리나라에는 1990년을 전후로 도입되었으며, 제주도에서 재배되면서 한라봉이라고 새롭게 불리게 되었습니다.

열매가 크고 과육이 많아 육질이 부드러우며 또한 즙이 많아 단맛은 강하고 신맛은 거의 없어 인기가 높은데요, 이런 한라봉은 이제는 더 이상 제주의 특산품이 아닙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최근에는 해남에도 한라봉이 열려 제주산 한라봉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2030년경에는 전라북도지역까지 한라봉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감귤과 관련한 안타까운 소식을 하나 접했습니다.

1999년부터 북녘 어린이들의 비타민C 공급원 역할을 톡톡히 하던 제주산 감귤 보내기 사업이 12년 만에 끝내 중단됐다고 합니다.

제주도는 통일부와 북녘에 감귤 보내기 사업과 관련, 사전 협의를 벌였으나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음에 따라 12년 만에 사업을 중단한다고 지난 1일 밝혔습니다.

제주도 윤창완 감귤정책담당은 “통일부는 연평도 포격 등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일체의 대북지원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며 “정부 승인이 나지 않아 감귤 보내기는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제주도는 1999년 1월 제주산 감귤 100톤을 북녘에 보낸 것을 시작으로 12년 동안 해마다 1월이나 2월에 감귤을 보냈습니다. 지금까지 북녘에 보낸 물량은 감귤 4만8328톤, 당근 1만8100톤 등 모두 6만6428톤으로(230억원 상당)에 이른다고 합니다.

사단법인 남북협력 제주도민운동본부는 “2007년 분배확인단을 북한에 보낸 결과 ‘평양 창광유치원, 9·15탁아소, 평양산원 등 유치원과 탁아소에 제공’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이후 분배 불투명을 이유로 운송비 지원이 거부되면서 축소돼 2007년 1만1340톤에 이르던 물량은 예산부족으로 2008년 300톤, 2009년 200톤으로 줄어들다 올해는 사업 자체가 중단된 것입니다.

소식을 접하고 아이의 입에 물린 감귤까지 빼내냐고 했던 누군가의 말이 와 닿네요, 과거시험 상품으로 내걸릴 만큼 귀했던 감귤이 이제는 누구나 접하기 쉬운 과일이 됐지만 북녘에서는 아직도 귀한 대접을 받으며 어린이들에게 옛날 과거에 급제한 후 선물로 받았던 것만큼 환영을 받았을 텐데 이제는 그마저도 사라졌으니 아이들이 얼마나 아쉬워할지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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