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남상삼 통신원 (삼천리철도 부이사장)


 

▲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남북의 평화를 염원하는 이시우 사진전이 개최되었다. [사진 - 통일뉴스 남상삼 통신원]

2011년 1월 28일, 일본 오사카 이꾸노구 미유끼모리 상점가 알각에서 이시우 사진전은 개최되었다.

20만 동포들이 거주하는 오사카에서도 유달리 동포들이 밀집해서 사는 이곳은 예로부터 코리아타운으로 불리워 왔다.

나는 30일 오후에 찾아갔다. 목적지 근처에 가까워지면서 들려오는 말소리, 눈에 보이는 간판, 가게 매대들에 얹혀있는 갖가지 상품들을 보고 있으니 여기가 과연 일본인가 하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이 날은 마침 일요일, 한류열풍 탓인지 이곳 주민들과는 다른 관광객들도 어울려 거리는 붐비었다. 한 중학생인 듯한 집단은 떡볶이, 족발 등을 제각기 손에 들고 먹으며 깔깔 웃으면서 지나갔다.

갤러리 '또라이(渡來)'는 어느 한국식품가게 2층에 있었다. 나는 접수에서 방명록에 기장하고 나서 전시장을 둘러보았다.

비무장지대를 찍은 이시우 사진작가의 작품과 사진마다 곁들인 시적 해설문을 읽으며... 작가의 철학적 사색의 자욱, 평화에 대한 갈구, 분노와 사랑이 이름할 수 없는 감동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다가온다.

한 시민활동가의 제의로

 

▲ '이시우 사진전' 포스터. [사진 - 통일뉴스 남상삼 통신원]

이윽고 주최측의 한 분과 마주 앉았다. 그녀는 삼천리철도 출발 당시부터의 회원이면서 현재 일본군 ‘위안부’ 문제 관서지구네트워크 일을 보는 니시무라 수미꼬씨이다.

이전에 몇 번 만나본 일이 있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니시무라씨는 첫날에 취재왔던 신문사들의 기사를 보고 어제부터 관람자들이 부쩍 늘었다면서 손님이 올 때마다 연신 자리를 떴다.

아무래도 방해가 될 것 같았다. 나는 내일 다시 전화하기로 약속하고 이 기획을 생각하게 된 동기에 대해서만 짤막하게 물었다.

그랬더니 직접적인 계기는 작년 11월 23일 연평도포격 사태에 접했을 때라고 했다. 갈수록 전쟁에로 치닫고 있는데 일본에서도 무엇을 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치밀어 올랐다. 그러다가 삼천리철도 주최로 진행된 2002년 3월 JSA투어, 같은 해 6월 나고야에서 이시우 사진전에서 작가를 접한 기억이 떠올라 이 기획을 생각했다고 했다.

니시무라씨는 이시우씨를 비무장지대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언젠가는 일본에 소개하려 벼르다가 이번에 이렇게 실현할 수 있었다고 빙긋 웃어보였다.

 

▲ 2002년 3월 삼천리철도 회원들이 이시우 작가의 안내를 받으며 비무장지대를 처음으로 방문했다.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니시무라씨. [자료사진 - 통일뉴스]

취재는 다음 날 전화로 이어졌다.
니시무라씨가 자신의 속마음을 첫 번째로 내비친 사람은 JSA투어에 함께 갔던 김경자씨였다. 친구의 말에 쌍수를 들어 찬성하며 김경자씨는 자신이 아는 사람들에게 알리겠다고 다짐하였다.

용기를 얻은 니시무라씨는 그 후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되는 강습회에 참가했었는데 옆자리에 앉은 수강자에게 슬며시 이야기를 꺼냈더니 “그 생각 좋다. 하자, 나도 한몫 끼겠다”고 호응해주었다.

이리하여 이 지역의 대학교수, 역사학자, 이곳 동포들과 뉴커머(한국에서 와 오래 일본에 있는 동포들), 폭넓은 일본인들에게 파문이 일듯 소문이 퍼져갔다. 삽시에 13명의 발기인이 나섰고 실행위원회 결성, 회장확보, 홍보활동 등이 전개되어갔다.

작년 연말에는 실행위원회 명의로 되는 수수한 호소문이 오사카지역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

호소문에는 세밑의 분주한 시기에 안내를 드리는 무례를 용서해 달라며 주체하지 못하는 자신들의 심정을 다음과 같이 토로하였다.

“11월 23일, 한반도 서해 연평도에서 포격사건이 터졌다. 또다시 남북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이 사태를 누가 바라겠는가. 이제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휴전상태를 항구적인 평화로 전환시키기 위해서 노력해 왔는가.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이후 비무장지대를 많은 사람들이 오갔고 평화통일에로의 희망이 부풀었었는데 그 소중한 꿈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 호소문의 원문 역시 니시무라 수미꼬씨가 작성했다. 그는 계속하여 일본의 식민지통치와 분단으로 하여 흘린 피와 눈물을 생각할 때 다시는 과거의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남북의 문제를 대화의 방법으로 평화적으로 해결하는데 여기 일본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궁리하다가 이시우사진전을 개최하기에 이르렀다고 자시의 심정도 토로하였다.

고요하면서도 평화에 대한 신념과 기원이 담긴 전시회

 

▲ 200여명이 넘는 관람객이 전시회를 둘러봤고, 사진첩을 찾는 이들도 있었다. [사진 - 통일뉴스 남상삼 통신원]

무슨 단체나 조직이 주관한 것이 아니었다. 한 일본인의 이웃과의 평화를 바라는 한마디로부터 이시우 사진전은 열렸다. 그래도 방명록에 기장된 인원만 170명, 지나가다 들린 사람들을 합하면 200명을 훨씬 넘는 관람자들이 전시회를 찾았다. 그 가운데는 한국 방문시 평화기행 해설자로 나선 작가를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었고 작가의 사진첩을 찾는 이들도 있었다.

하여 때마침 들이닥친 한파로 코리아타운 거리에 달린 청사초롱도 찬바람에 떨었는데 여기 전시회장 안은 마냥 온돌방처럼 훈훈했다.

오늘 니시무라씨로부터 메일이 왔다. 어느 야간중하교 교사로부터 왔다는 메일 문장을 보내왔다.

“뜻깊은 이번 사업을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해요.
이시우씨의 작품을 보며 나는 고요한 정적 속에 담긴 작가의 분노를 느꼈습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지뢰와 흰 꽃 사진이 어른거립니다.
징그러운 지뢰가 어쩌면 그토록 아름답게 보이는지...
아름답게 보이던 그 배후에 숨은 부조리한 현실을, 앞으로는 똑똑히 직시하며 살아갈 거예요.”

▲ 도쿄에서 3.1절 92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2.26집회 포스터. 『한강하구』의 저자이기도 한 이시우 작가가 강연자로 참석한다. [사진 - 통일뉴스 남상삼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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