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관호(85) 선생의 시와 사진으로 된 연재물을 싣는다. 시와 사진의 주제는 풀과 나무다. 선생에 의하면 그 풀과 나무는 “그저 우리 생활주변에서 늘 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풀이요 나무들”이다. ‘정관호의 풀 친구 나무 친구’ 연재는 매주 화요일에 게재된다. / 편집자 주 |

산겨릅나무
나무를 보고 말할 때
그 꽃이나 이파리가 으뜸인데
수피의 아름다움에 끌리는 나무가 있다
녹색 바탕에 흰 줄무늬
이 땅에서 자라는 나무 답지 않게
그 연연한 살결
특히 어린 가지의 그것은
황홀하리만큼 고와서
닿는 손끝이 흥분으로 떨린다
어른 나무가 되어서는
그 푸르름이 조금 짙어질 뿐
노목이 되어서도 그 살갗은
탄탄한 여인의 그것
관능적인 나무라는 말이 통용된다면
이 나무야말로 그런 나무
저기 저렇게 생신으로
곱게 자라며 깨끗이 늙어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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