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일본도 북한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에하라 일본 외상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6자회담 개최의 시비와 관계없이 북일대화는 이뤄져야 한다”면서 “향후 논의는 백지상태에서 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지난 4일 회견에서 “6자회담에서뿐 아니라 양국 간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보다 한 발짝 더 나간 것입니다. 이른바 일본판 조건 없는 북일대화 제의라 불릴 만합니다.

북일대화는 지난 2008년 8월 이후 중단된 상태입니다. 북한과 일본은 2008년 6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교정상화를 위한 실무협의에서 ‘납치문제 재조사, 요도호 관계자문제 협력 대 대북제재 조치 해제, 북한 선박의 입항허가’ 등에 합의해 기대를 부풀렸으나 곧이어 별 진전이 없었습니다. 사실 양국은 2002년 김정일-고이즈미 사이의 9.17평양합의라는 기본 문건이 있음에도 6자회담 과정에서 숱한 부침을 겪어 왔습니다. 2009년 8.30 총선에서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54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졌음에도 북일대화는 쉽게 열리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새해 들어 일본이 대북 대화 의지를 밝힌 이유는 무엇일까요. 눈치 빠른 일본이기에 안 봐도 뻔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대화모드로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잇따른 남북대화 제안, 북미대화에 긍정적 자세를 보이는 미국의 움직임에 일본도 가만있을 리가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대북관계에 있어 미국보다 먼저 일어나고 미국보다 먼저 누워왔습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도 지난 10일 마에하라의 대화 제안에 대해 “우리는 우호적으로 접근하는 국가들과는 언제라도 만나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논평을 내 대화 재개의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지금 남북 간에는 북측의 조건 없는 회담 제의와 남측의 역제의를 둘러싸고 진정성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남북이 진정성 타령을 하고 있을 때 미국과 일본은 저만치 달려 나가고 있습니다. 하나 분명한 게 있습니다.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마주 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미국이나 일본과 대화하기 이전에 남북이 먼저 대화하는 게 여러모로 보아 낫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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