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우리는 다가올 통일을 예견하고 치밀하게 대비할 통일준비정부로 평가받고 싶다.”

27일 현 정부 초대 국정수석비서관을 지낸 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이 <중앙일보> 기고문을 통해 ‘통일준비정부’라는 솔직한 화두를 던졌다.

지난 8.15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했던 통일세와 남북공동체가 통일부의 38억원 ‘민족공동체 기반조성’ 연구용역사업으로 모습을 드러내더니 마침내 ‘통일준비정부’로 귀결된 것이다.

곽 위원장은 “핵을 움켜쥐고 문을 닫고 있는 북한의 미래는 없다”면서 “우리는 미래 한반도를 뒤흔들, 언제 몰려올지 모를 쓰나미를 준비해야 한다”, “통일세가 되었건 통일기금이 되었건 간에 활발한 공론화를 통해 국민에게 재원 마련의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가 “다가오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왠지 현 정부 임기 내에 남북관계 개선이나 남북정상회담이 어려워진 ‘현실’을 ‘통일준비’라는 화장으로 애써 감추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다.

지난 7일 11.23연평도 포격전 이후 첫 공개 발언에 나선 현인택 장관은 “국내입국 북한이탈주민이 2만명을 넘어섰다. 이제 통일준비는 국가의 당면과제”라면서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확고히 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반도의 미래를 주도적으로 설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해 사실상 ‘흡수통일’ 준비에 착수하겠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9일 이명박 대통령도 “이제는 북한 주민들이 세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이 잘산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면서 “통일이 가까이 오고 있다”고 말해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만 가는 와중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은커녕 느닷없이 통일이 가까이 오고 있다는 발언은 ‘북한 붕괴론’에 근거한 흡수통일 추진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곽승준 위원장의 ‘통일준비정부’로 평가받고 싶다는 솔직한 발언은 현 정부의 한계와 고민을 가장 잘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임기 내에는 남북관계에서 뭔가 성과를 거두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원칙있는 남북관계’를 일관되게 유지함으로써 북한을 압박해 흡수통일을 준비한 공적을 평가받고 싶다는 것일 터이다.

이명박 정부가 역사적으로 ‘통일준비정부’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답은 그리 어렵지 않은 것 같다. 단지 우리 민족의 미래가 답답할 따름이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