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고구마는 잘 익은 김치나 동치미와 함께 먹어야 제 맛인데요, 특히 동치미는 개운한 맛이 맵고 짭짤하거나 텁텁한 음식 등 어떤 것과도 잘 어울립니다.
고려시대의 이규보가 쓴 <동국이상국집>에 “순무를 장에 넣으면 여름철에 먹기 좋고 청연(淸鹽)에 절이면 겨울 내내 먹을 수 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여기서 청염은 맑은 소금물이라는 의미로 동치미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 후기 홍석모가 쓴 <동국세시기> ‘10월조’에는 “서울의 풍속에 무, 배추, 마늘, 고추, 소금 등으로 독에 김장을 담그는 것이 있다. 민가에서 여름의 장 담그기와 겨울의 김치 담그기는 일 년 중 중요한 계획”이라고 했고 ‘11월조’에서는 “뿌리가 비교적 작은 무로 담근 김치를 동치미라 한다. 무, 배추, 미나리, 생강, 고추로 장김치를 담가 먹기도 하고 석박지를 담그기도 한다”고 전합니다.
조선시대의 조리서 <규합총서>에는 동치미 만드는 법이 소개되어 있는데요, “예쁜 무를 골라 꼬리 째 깨끗이 깎아 간 맞추어 절이고 어린 오이 절인 것과 배, 유자를 넣고 익으면 국물에 석류와 잣을 넣었다”고 합니다. 또한 “생치(꿩)를 고아 국물에 기름기 제거 후 차게 식혀 혼합하여 생치 살을 찢어 섞어 쓰면 그 이름이 생치김치이다. 동치미국에 가는 국수를 넣고 무, 오이, 배, 유자를 같이 저며 얹고 돼지고기와 달걀지단을 올리고 후추와 잣을 뿌리면 바로 냉면이다”고 전합니다.
동치미는 무에 소금물을 붓고 간단히 익힌 김치이긴 하지만 그 효능은 뛰어나 연탄을 때던 시절 연탄가스에 중독되었을 때 가장 급하게 쓸 수 있는 비상약이었고 과음 후 숙취해소를 위해서도 마시곤 했습니다.
연탄가스 중독에 동치미 국물을 마시게 하는 것은 동치미에 들어있는 유황성분 때문으로 유황이 중독 증상을 회복시키는 것입니다. 유황 아미노산은 세포막 계통을 손상시켜 각종 암을 유발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합니다. 또한 노화와 암을 유발시키는 활성 산소 중에서도 독성이 강한 하드록시라디칼의 공격을 받아 손상된 DNA를 원상태로 복귀시켜주는 것에도 도움을 줍니다.
심한 열 감기 끝에 먹는 동치미는 열과 땀으로 인해 잃어버린 염분과 비타민을 보충해주며 체하거나 소화력이 약할 때 먹으면 소화제 역할을 합니다. 동치미 국물은 여러 가지 채소, 파, 고추, 마늘, 생강 속에 들어있던 녹말 분해효소가 소금 절임의 과정을 통해 녹아 나오고 익어가며 젖산균 또는 효모가 소화효소를 분비하기 때문에 소화에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또한 동치미 국물은 탄수화물을 섭취한 구강 내 산성 환경을 중화시킴으로서 치아 세정 등 충치예방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잇몸 조직에 적절한 자극을 줘 마사지 효과를 내기 때문에 잇몸을 건강하게 보호해 줍니다.
중국속담에 “겨울에는 무, 여름에는 생강을 먹으면 의사를 볼 필요가 없다”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어른들이 “겨울 무를 먹고 트림을 하지 않으면 인삼 먹은 것보다 효과가 있다”고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또 중국의 대표적인 의학서인 <본초강목>에도 ‘무는 채소 중에서도 가장 이로운 야채’라고 하며 과도한 위산을 해독하는데도 좋고 술독을 풀어주고 소변을 잘 다스려 주며 허한 기를 보충하는데 좋은 채소라고 설명합니다. 또 소화 작용을 돕고 기의 운행을 다스리며 감기에도 좋다고 합니다. 이런 효능을 가진 무중에서도 겨울철 무가 가장 좋다고 하고 또 가장 좋다고 하는 겨울무로 만든 동치미이니 그 효능이 뛰어남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녘의 평양출판사가 2005년 출간한 <조선의 사계절 민속>에서 소개하는 내용에 따르면 동치미는 평양에서 유래한 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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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동치미는 무와 양념감을 깨끗이 손질해서 독에 넣고 발효시키는 두 가지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경연도 2단계로 나눠 진행됐습니다.
1단계 경연은 동치미 재료를 가공해서 독에 넣고 2-3일 동안 발효시킨 다음 물을 붓고 밀봉하는 과정까지로 가공 속도와 위생, 조리법 등을 평가합니다.
이어 2단계 경연은 완성된 동치미의 맛과 향, 색깔, 동치미를 이용해서 만든 주ㆍ부식물의 질적 수준에 대한 평가로 12월까지 계속된다고 합니다. 종합평가는 1단계와 2단계의 경연 점수를 합산해 이뤄진다는데요, 방송은 “전문가와 가정주부들의 큰 관심 속에 진행되는 이번 동치미 경연은 우리 민족의 음식문화를 더욱 꽃피우고 발전시키는 데 적극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과연 그 효능 면에서나 시원한 맛에서나 동치미를 겨울철 최고의 별미김치로 꼽는데 주저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동치미가 가장 필요한 사람은 최근 보온병 포탄 발언과 성희롱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아닐까 합니다. “안상수 대표님, 제발 동치미 국물 한 사발 들이키시고 정신 차리세요!”
김양희 기자
tongil@tongil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