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지난 18일 청와대를 방문한 주한미군사령관과 미대사관의 만류에도 불구하게 훈련을 하겠다고 공언한 마당에 중단할 수 없다며 훈련 강행 의사를 밝혔다. 북측 역시 17일 남측에 보낸 통지문을 통해 연평도 포사격 훈련 강행시 타격 가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자존심 때문이건 국익 때문이건 혹은 정권 이익 때문이건 연평도를 둘러싼 남북 치킨 게임이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의 제의로 시작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논의 역시 치킨 게임을 중단시키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는 남측이 연평도 사격 훈련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미국, 영국 등은 긴장고조의 책임이 북측에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여 팽팽히 맞서고 있다. 남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이번 안보리 회의가 아직 종료된 것이 아니라서 기대를 접을 수는 없지만 중러와 미영 등의 입장이 조율되지 않는다면 어떤 합의점도 도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방북한 미국 뉴 멕시코 주지사 빌 리처드슨에 따르면 북측 역시 상황의 심각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리처드슨을 만난 박림수 북측 국방위원회 정책국장과 김계관 북측 외무성 제1부상은 현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우려감을 갖고 있다. 특히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이기도 한 김계관 제1부상은 “한반도 긴장 때문에 어젯밤 잠을 자지 못했다.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유엔안보리의 남북 충돌 방지 결의문이 채택된다면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을 북측이 갖고 있다고 리처드슨은 전하기도 했다.
이같은 몇가지 정보를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첫째, 연평도 포사격훈련이 재개된다면 북측이 군사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점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북측은 이미 남측에 보내는 전통문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고 이미 수십대의 방소포를 전진 배치하고 있으며 포병 부대에 대비태세 지침을 격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유엔안보리 회의 개최를 제의하고 중국과 더불어 남측군의 훈련 중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이유도 북측의 이같은 확고한 입장 때문으로 보인다.
둘째, 그와 같은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북측의 고위외교관이 한반도 긴장 때문에 잠을 한숨도 못잤다는 것은 그같은 극단적인 상황 전개에 북측 역시 강력한 우려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며 이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남측이 군사훈련을 자제한다면 북측 역시 긴장 완화에 적극 나설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다이빙궈 중국 국무위원의 방북 시 북측이 중국이 제의했던 6자회담 수석대표의 긴급 회동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16일 외무성 대변인이 ‘대화를 지지하나 구걸하진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남과 북이 지금까지 내뱉은 말들이 있기 때문에 남과 북이 자체로 현 정세를 완화시키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남측은 포사격 훈련을 강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북측은 이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파국을 치달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극단적 치킨게임에서 겁쟁이가 될 수 없기는 남이나 북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남이나북이나 겁쟁이를 만들지 않을 장치가 외부에서 만들어져야 한반도의 파국을 피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엔안보리 회의가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임이 확인되고 있다.
넷째, 미국의 면피성 행보가 현 정세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한미 군사회담을 통해 남측의 자위권에 기초한 극단적 대북군사태세를 지지하는 발언을 한 바 있으며, 남측의 포사격 훈련도 남측의 주권 문제라며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극단적 치킨 게임의 일 당사자인 남측의 대북 군사적 행동을 부추기기에 충분한 발언이었다. 상황을 이렇게 방치해 놓고 주한미군사령관과 주한미대사관이 청와대를 찾아 남측 당국자들에게 ‘북한이 공격해 올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놓은 것은 한반도 전쟁의 책임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면피성 행보에 불과하다. 북측이 18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조선반도에 초래되는 모든 극단사태와 그 후과(나쁜 결과)에 대하여 철저히 미국과 계산할 것”이라고 밝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같은 결론에 기초하여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막고 전쟁을 예방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유엔안보리에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결의문이 채택되어야 한다. 남과 북 양 정부가 분쟁지역 즉 서해에서의 일체의 군사적 행동을 중지하는 ‘군사행위 모라토리움’에 대한 결의문이 채택되어야 한다. 이 결의문에 기초하여 남과 북에 대한 강력한 외교를 실시해야 한다. 이는 바로 눈 앞에 직면한 전쟁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단기처방의 효과를 가질 것이다.
둘째, 그러나 유엔안보리 결의문은 한반도 평화의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기에 유엔안보리 결의문에 기초해 남과 북은 일체의 군사행위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함과 동시에 서해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하루빨리 정치군사회담을 개최해야 한다. 이 회담을 통해 남과 북은 서해에서의 일체의 군사적 행위를 중단하는 합의를 이루어내고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건설을 위한 추가적인 대책들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셋째, 6자회담이 조속히 개최되어야 한다.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가 어렵다면 이 환경을 만들기 위해 북미 양자 회담이 조속히 개최되어야 하며 이명박 정부는 이같은 회담 재개를 반대해서는 안된다.
넷째, 한반도 전쟁 방지와 평화 수호를 위한 전민중적인 실천 투쟁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여야 한다. 지난 11월 23일 연평도 사태에서 확인되었듯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남측 민중들의 삶의 파탄을 의미한다. 현 정세에서 전쟁 반대는 최고의 민중생존권 투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남측 사회는 아직 그만큼의 정세 인식력이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현 정세의 엄중성에 대해 국민들과 합의하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적대적 정책 특히 대북 적대적 군사행동을 반대하는 전민중적 투쟁을 강력하게 전개해야 한다.
* 이 글은 새세상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주간통일동향 [통일돋보기 57호]에 동시 게재됩니다.


현 상황을 우리와 미국의 책임으로 돌리며 북한과 중러의 6자회담 재개를 지지하는
좌파의 전형적 인식을 보여주는군요.
안타깝게도 경사된 시각으로 사물을 보다 보니 이렇게 봤게 안 보이나 봅니다.
진정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길이 무엇인 지 고민해 보기 바랍니다.